요즘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말이 있다. "이번 휴가에는 휴가지에서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그 모습을 담은 액자를 거실에 걸어놓읍시다." 이런 말을 하면 갑자기 눈빛이 달라진다.

다른 때도 그렇지만 휴가철이면 계곡이나 해수욕장 등 어딜 가나 음주가무에 화투놀이가 성행한다. 자녀가 있든 없든 간에 말이다. 일상을 떠나 즐기는 휴가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바닷가 파라솔 아래나 계곡의 그늘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건 어떨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러운 모습이 돼야 하지만 특히 휴가지에서 책을 읽어준다면 책 읽는 문화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한여름 밤, 시원한 바닷가나 계곡에 텐트를 치고 `여우 누이`를 읽어주자. 쫓고 쫓기는 여우와 오라비의 모습은 소름이 오싹 끼치는 옛이야기의 재미를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장수탕 선녀님`이나 `아카시아 파마` 같은 창작 그림책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책을 읽어주거나 듣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거실에 놓으면 가정의 품격이 달라질 것이다.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는 가을이 오면 도서관이나 여러 기관에서 독서문화행사를 많이 연다. 그때 책 읽어주는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열면 많은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휴가지에서 사랑스러운 자녀나 형제자매가 서로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통해 지역사회의 멋진 문화까지 만들어가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휴가를 야외로 갈 것만은 아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피서를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맛을 아는 많은 사람은 아이 손을 잡고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피서를 간다. 냉방시설이 다 돼 있으니 책 읽고 더위도 쫓고 일석이조다. 북카페나 주변 음식점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책을 실컷 보다 마음에 드는 책을 빌리거나 사 가면 독서습관을 기르는 데 좋다는 것은 여러 사람의 사례를 통해 확인이 됐다. 이렇게 작은 실천을 쌓아 훌륭한 가정의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계룡문고 대표·책 읽어주는 아빠 모임 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