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방부 대전 선병원 국제의료센터 원장

갑자기 묻는 질문에 당황할 때가 많다. 당황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자기 딴에는 멋지게 임기응변으로 답을 했다고 자부하면서도 괜히 쑥스럽고 부족함을 느낀다. 특히 참으로 많은 의미와 철학을 지닌 질문에 재치문답식으로 묻고 답변할 때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며칠 전 일이다. 어느 방송에 출연했을 때 진행을 맡은 여자 아나운서가 묻는다. "윤 교수님, 교수님이 생각하는 인생(人生)은 무엇입니까?" 멍했다. 늘 준비된 답을 갖고 인생을 살아왔고 또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달변과 재치(?)로 꽤 유명한 필자인데도 말이다. 다른 패널들은 쉽게 답변한다. 필자는 급했다. 그래서 솔직하자고 순간 생각해 "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항상 이렇게 생각을 해보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순간 답변이 이름값도 나잇값도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한편으로는 순간적인 답변치고는 꽤 진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조금 지났더니 "윤 교수님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평소의 필자의 지론은 이 험한 세상을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대로 답변했다. 주위를 보니 멋진 말(답)들이 눈에 띄었다. 종교, 철학, 서적을 인용하는 사람, 명구(名句)를 인용하는 사람들….

인생! 말 그대로 사람 `人`자, 날 `生`자의 조합이다. 간단하다.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 명제를 가지고 일생 동안 생각하는 철학자, 글을 쓰는 시인, 소설가, 종교가 등등이 필요할까?

현대 사회는 도식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철학도, 수학으로 풀이되는 시대다. 필자가 졸업한 서울고 동기 홈페이지가 있다. 친구 소식,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시사, 문학 등의 글들이 홍수를 이룬다. 왜냐하면 최고 명문고를 졸업하고 최고라는 대학에서 각 분야를 전공하고, 사회에 나아가 각자 나름대로의 최고의 직위에서 살아오다가 대부분 은퇴했으니, 시간도 많고, 또 그동안 축적된 각종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자료를 기고하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거의 모든 동기생들이 철학자다. 인생에 대하여 참 생각도 많이 했고 답도 꼭 득도(得道)한 사람의 표현 같은 것도 많다.

인생은 바로 B와 D 사이에 존재하는 C라고 한다. B(Birth 출생)로 시작해서 D(Death 죽음)로 끝난다. 모든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늙기 시작해서 한시도 멈추지 않고 죽음을 향해 돌진한다. 이런 과정에 다행히 `C`라고 하는 과정이 있다. 이 `C`가 바로 각자가 만들어 가는 인생의 그림이요, 흔히 말하는 행복, 불행, 성공 등등을 만드는 과정이요, 기간이다. `C`란 무엇인가? 바로 인생의 여정이다. `C`는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단어를 만들어야 인생여정이 그럴 듯할까? Change(변화), Choice(선택), Challenge(도전), Creation(창조), Cooperation(협동), Chance(기회) 등 그럴 듯한 의미의 단어를 삽입하고, 대입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가지 단어만으로는 합당하지 않다. 결국 이 모든 단어들과 미처 적지 못한 단어들이 서로 부비고, 다투고, 연결되는 것이 아닐지. 어떤 단어를 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질 것이고 D로 끝난다고 하지만 D가 Dream(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우연히 `비즈니스 유머`를 본 적이 있다. 제목이 인생의 성공이란? 4살 때의 성공은 바지에 오줌을 싸지 않는 것. 12살 때의 성공은 친구를 갖는 것. 16살 때의 성공은 운전면허를 갖는 것. 20살 때의 성공은 이성 친구를 갖는 것. 35살 때의 성공은 돈을 갖게 되는 것. 나이가 들어서의 성공은? 50살 때는 돈을 갖게 되는 것. 60살 때의 성공은 이성 친구와 데이트하는 것, 70살 때의 성공은 운전면허를 갖는 것. 75살 때의 성공은 친구를 갖게 되는 것. 85살 이상의 성공은 4살 때처럼 바지에 오줌을 싸지 않는 것. 너무 유치한가?

아! 그때는 참 잘했어, 아 그때는 정말 아니었어, 그렇게 혼자서 독백을 하면서 웃고 울겠지…. 아마도 여행 끝나는 날에는 아름다운 여행이기를 소망하지만, 슬프고도 아픈 여행이었어도 뒤돌아보면 지우고 싶지 않은 추억이겠지, 짧고도 긴 아름다운 추억여행, 그래 인생은 지워지지 않는 단 한 번의 추억이야! (김정한의 `그대 인생은 단 한 번의 추억여행이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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