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종천 지방부 옥천주재 skybell1910@daejonilbo.com

로드킬(Road kill)은 동물들이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충북도내 국도에서 발생한 로드 킬은 1206건으로 하루평균 3.3마리 동물이 국도에서 차량에 부딪혀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속도로와 지방도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리기관에 신고되지 않은 사고까지 포함하면 실제 발생건수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들어 로드킬이 급증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천적이 줄어든 생태계에서 야생동물의 개체 수 급증과 산간지역으로 고속도로가 생기는 등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를 훼손, 먹이를 찾아 도로나 민가로 내려오는 일이 많은 것 등을 꼽고 있다. 로드킬은 야생동물 죽음에 그치지 않고 운전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동물이나 로드킬 후 방치된 동물의 사체를 피하려 운전자들이 급정지나 급회전하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내기 일쑤다. 또 로드킬 동물 사체를 치우려던 마을이장과 경찰관이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까지 이어지고 있다.

로드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태통로와 안전 유도 울타리 등을 확대 설치해야 한다. 그동안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가드레일을 높이거나 철조망 등을 설치 야생동물의 차도 진입을 막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신설되는 고속도로나 국도 일부 위험 구간을 중심으로 유도울타리·생태통로가 설치되고 있지만 아직 절대 부족한 형편이다.

아울러 운전자들의 방어운전도 필요하다. 야생동물 출몰지역에선 속도를 줄이고, 야생동물과 충돌시에는 뒤에 오는 차의 2차 사고를 생각해서라도 당국에 신고 하거나 운전자 스스로 죽은 동물을 도로 옆으로 치우는 등 최소한의 뒤처리를 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로드킬 예방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있지만 성과는 저조한 편이다. 또 환경부가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 국토부가 '친환경적인 도로건설 지침'을 만들었지만 강제력이 없고 권고수준에 머물러 잘 지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정확한 통계조사가 없는 것도 문제다.

우리도 이제 로드킬과 그로 인한 교통사고 및 인명피해 관련 정부차원의 정확한 통계를 내고 전문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다. 이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동물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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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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