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사장 ssysong@daejonilbo.com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에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그제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으로 한중 관계의 밀월기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도 융숭한 대접을 예고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을 '중국의 오랜 친구'라고 지칭했다. 특정 국가수반에 대해 중국 외교당국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최고의 성찬을 쓴 건 이례적이다. 김정은의 반응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파격적 표현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현지의 호감은 상상 이상인 모양이다. 중국 고전과 철학 사랑이 남다른데다 중국어를 하는 동북아시아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게 그 바탕이다. 박 대통령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꼽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근감이 더해졌다. 특히 중국 방문 중 베이징의 한 대학을 방문해 중국어 연설을 하기로 한 뒤 폭발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팬클럽이 결성될 만큼 젊은층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는 방중 슬로건을 '심신지려'(心信之旅)로 정했다.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의미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중국 지도부와 신뢰의 유대를 공고히 해 한중 관계의 내실화를 이루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격상을 위해 시 주석 등 핵심 3인방에게 어떻게 접근해갈지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여러 모로 닮은 꼴이다. 나란히 2세 정치인으로 시련을 딛고 비슷한 시기에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각각 전자공학과 화학공정계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둘은 시 주석이 지난 2005년 저장(浙江)성 당서기의 신분으로 방한했을 때 처음 만났다. 두 시간 넘게 새마을운동을 놓고 대화를 나누며 의기투합했다. 일찌감치 '밀통적신'(密通積信·은밀히 소통하며 신뢰 구축)하며 신뢰를 구축한 것이다. 두 정상의 유사점은 '국민행복'과 '중국몽'(中國夢)에서 정점을 이룬다.

지향점이 같다고 그 내용이나 방식까지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부분이다. 당장 우리로서는 교착 상태에 있는 북핵 문제 해법을 찾는 게 최대 관건이다. 북한의 최근 대화 공세가 중국의 강력한 압박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관련해 얼마나 확실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도출하느냐가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인문·문화 교류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세우는 시 주석은 아무래도 경제협력 쪽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이자 신흥경제지역인 시안(西安)을 방문하기로 한 건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다. 중국 측이 우리에게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희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갈등으로 중일 관계가 크게 악화된 가운데 한국을 지렛대 삼아 일본을 압박하는 카드도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아 보이지만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물을 만들어낼지 지켜보게 되는 이유다.

2009년 2월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아시아 순방에 앞서 중국에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외쳤었다. 전 세계가 금융위기라는 충격에 직면한 상황에서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며 미·중 협력을 요청한 말이다. 그 말은 '휴수공진'(携手共進)이라는 메아리로 돌아왔다.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는 베이징에서 힐러리를 만나 '배에서 내려서도 두 손을 함께 마주잡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우리가 내놓은 '심신지려'에 어떤 후속구로 화답할지 궁금하다. 오늘 두 나라 정상은 한반도 문제와 경제 협력을 매개로 한 배에 오른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배에서 내린 뒤에도 서로 손잡고 더 걸어갈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지략에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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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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