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연 정치경제부 pen@daejonilbo.com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당초 계획대로 둔곡에 들어갔다가는 아주 큰일날 뻔 했네요. 처음 계획 만들었던 사람 찾아서 징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근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의 핵심시설인 IBS를 엑스포과학공원에 입주시키자는 의견이 급물살을 타는 데 대한 한 트위터리안의 촌평이다. 대덕연구단지를 가리켜 '대전의 섬'이라는 표현을 쓴다. 연구단지 설립 초기면 몰라도 4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연구단지를 '대전의 섬'이라 부르는 건 구성원에게 실례가 아닌가 했다. 그런데 IBS와 중이온가속기 설립을 두고 나타난 연구단지 내부와 대전시민의 입장차이는 왜 '대전의 섬'이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덕특구 내 과학계 수장들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제안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나선 것을 아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찬성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는 이들은 저마다 머릿속으로 내가 추진력을 더하는 데 일조했다며 숟가락 하나 올릴 생각을 하거나 지금 차지하고 앉은 직책의 불안함을 덜어내고 있을 것이다. 혹은 이대로 있다가 사업이 아예 장기표류 하게 될까 좌불안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명색이 과학계에 종사하면서 창조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자판을 두드려 본 사람이라면 새로운 발상이 손쉬운 창업으로 연결되는 창조경제와 기초과학이 썩 어울리는 그림은 아니라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미래부 과장급 인사가 한 토론회에서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기존 출연연이, 장기적으로 IBS가 기여하는 투 트랙을 갖고 갈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그런 우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과학계 수장은 물론 상당수 일선 과학자들조차도 입을 다물고 있다.

빨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돈을 대는 것은 정부든 대전이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에서 대전시민과는 이질적인 소속감이 묻어난다. 시민의 휴식공간은 한밭수목원이나 다른 공원도 많은데 왜 굳이 연구단지에 종사하면서 몇 번 가본 적도 없는, 주위에 아무도 가는 사람 없는 것 같은 엑스포 과학공원을 고집하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것이다. 연구단지가 돈을 떠나 대전시민이 엑스포과학공원을 내주며 느낄 어떤 상실감에 공감할 수 있을 때 '대전의 섬'이라는 낡은 별명도 사라질 것이다. 원칙을 지킨 만큼 다른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존립 근거는 덤으로 따라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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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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