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융진 지방부 당진주재 yudang@daejonilbo.com

당진시가 가칭 당진도시공사를 설립하겠다고 한다. 군에서 시로 승격돼 시민들이나 기업체들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다양해지고 고급화돼 이에 부응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중국과의 교역이 확대되니 당진을 해양물류 거점도시로 만들어 항만관련 수익사업을 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이 또 다른 목적이라고 한다. 당진도시공사가 설립되면 60여 개의 시설물을 통합관리해 생산비를 절감(시민부담 감소)하고 운영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수입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경영수지가 증가할 것이라고 당진시는 전망하고 있다.

얼마 전에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지방공기업 채무현황 평가 보고서`는 지방공기업에 대한 인식을 굳히게 한다. 지방공기업은 대체로 세금을 잡아먹는 밑 빠진 독이라는 인상이 짙다. 이 보고서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를 누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급기야 지방공기업은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을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도록 자초했다.

영국의 역사·정치학자인 파킨슨은 유명한 법칙을 내놨다. `조직의 관리자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의 양과는 상관없이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이것을 세인들은 파킨슨 법칙이라 명명했다. 파킨슨은 영국 해군을 예로 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62척이었던 영국 해군 주력함은 14년 후 3분의 1로 줄었다. 10만 명이었던 병사도 30%로 감소했으나 해군성 공무원은 3600명으로 80% 정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신통하게도 이후 이 법칙에 이의를 다는 이들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해서 파킨슨 법칙을 빗대면 이런 의문이 든다. 현재의 조직으로는 효율적인 관리가 안 되는가, 반드시 공사를 설립해야만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조직으로 효율적 운영책을 마련하면 되지 않는가, 공사를 설립하면 생산비를 줄이고 수익사업으로 시민부담을 경감시키고 재정적인 안정이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적자를 누적시키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한 지방공기업은 있었던가 등등이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부디 예외를 증명하기를 바란다. 생산비 절감, 시민부담 경감, 서비스질 향상 등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이 부정적 견해를 불식시키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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