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융진 지방부 당진주재 yudang@daejonilbo.com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물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중략) 내 고향 북녘 땅 가고파도 못가니 임진강 흐름을 가르지를 못 하리라."

지난 15일 임진각에서 `남북평화통일기원 기지시줄다리기` 대단원의 막이 내린 뒤 평불협 회장 법타스님이 수줄과 암줄이 `화합한` 큰줄 위에서 읽어 내려간 `임진강`이란 시다. 법타스님은 이 시는 북한 국가를 작사한 박세영이 글을 썼고 고종환이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식전공연에서 새터민 달래음악단이 그 유명한 `반갑습니다`를 북한창법으로 불렀다. 임진각에서 개성까지 22㎞라고 하니 북한 입장에서 임진각은 턱밑이나 다름없다. 북한 출신 새터민들이 턱밑에서 부르는 `반갑습니다`는 반갑게 들리지 않았다. 박세영의 고향은 경기도 고양이라고 한다. 고세영은 `내 고향 남쪽 땅`이나 `내 고향 북녘 땅`이란 안전장치를 둬 프롤레타리아 시인으로서 한낱 망향시나 쓴다는 비판을 피했다. 허나 내면적으로 박세영의 시나 달래음악단의 노래는 고향을 갈망했다고 짐작된다. 그래서 애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임진각은 분단을 전제로 할 때 온통 상징투성이다. 2013년 6월 15일은 정전 60주년이며 남과 북의 6·15공동선언 13돌을 맞는 날이다.

마침 이날 임진각에서는 6·15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임진각 경기평화센터에서도 정전 60주년기념특별전인 `분단풍경`이란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당진시로서는 임진각에서 기지시줄다리기로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행사를 처음 여는 날이기도 했다. 당진시가 이와 같은 행사를 계속한다면 이날은 그 첫번째 시도로서 상징을 갖게 될 것이다.

큰 틀에서 통일은 중앙정부가 잡아나갈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러했듯이 개인과 단체, 지자체 차원의 통일의 염원을 표현하는 행동도 계속될 것이고 아마 폭이 넓어지고 깊이를 더해 분출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한 편에서는 6·15공동선언을 폐기하라며 상징인 한반도기를 찢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통일이란 관점에서 일보 후퇴와 이보 전진이란 행보를 거듭하다 결국 목표에 도달하리라고 본다.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위원회와 보존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그 이보 전진에 폭과 깊이를 한 치씩 늘린 행사로 해석된다. 따라서 행사 예정인원 1만 명에는 훨씬 못 미쳤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시작이 반이다. 다음 행사에 알찬 한치를 보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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