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호 충남취재본부 daros@daejonilbo.com

BC 1세기-서기 3세기 경 마한의 54개국 중 맹주국의 환호취락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새로운 100년 행복한 충남'을 슬로건으로 출범한 내포신도시의 건설로 발견됐다. 2000여 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마한과 충남의 중심지가 다시 만났지만 그 만남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홍성군 홍북면 석택리에서 발견된 환호취락은 마한에서 백제로 전환되는 과정을 풀 수 있는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적은 충남도청이 새롭게 자리잡은 내포신도시의 주 진입도로 공사중 발견됐고, 발굴에 돌입해 마한의 환호취락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보존상태도 우수했고 중국과 일본에서 발견된 환호취락보다 더 낫다는 평도 줄을 이었다. 교과서에 실려야 할 만큼 중요한 유적이지만 내포신도시의 조기조성이라는 개발논리에 밀려 그동안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유적이 발견된 후 충남도와 문화재청은 주 진입도로 공사를 위해 당장 발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웠고 마사토와 모래 등으로 2000여 년 만에 빛을 본 유적을 또 다시 캄캄한 어둠으로 내몰았다. 학계는 반발했지만 주 진입도로를 건설해 새롭게 출범한 충남의 중심이 하루 빨리 자리잡기 위해 원형보존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새 것이 좋고 경제적, 정치적 논리가 팽배하더라도 충남의 뿌리라고 일컬어 지는 마한의 유적이 발견됐을 때 충남도의 대응은 아쉬웠다. 백제문화유적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작업을 추진중이고 공주와 부여를 중심으로 한 백제문화단지를 운영하는 충남도라서 더욱 그러했다. 지적이 잇따르자 도는 부랴부랴 보고서를 작성하고 국가문화재로 지정한 후 체계적인 발굴을 하겠다고 말한다. 30% 밖에 진행되지 않은 발굴로 얼마나 완성도 높은 보고서가 나올지도 의문이고 2년 동안 특수비닐로 덮은 유적일대가 잘 보존될지 또한 의문이다. 또 도는 문화재 위원회를 개최해 석택리 유적의 보존방식에 대해 논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재발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내린 결정을 뒤 짚는 일은 어렵겠지만 개발논리에 내몰려 충남이 추구하는 정체성의 뿌리를 목전에 두고 외면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내포신도시의 조기정착을 위해 진입도로를 하루빨리 개통하는 것과 같은 '물리적 정착'도 중요하지만 석택리 유적 발굴을 통해 내포신도시로 모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곳이 진정한 충남의 뿌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정신적 정착'에도 힘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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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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