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모 사회부 ksm11@daejonilbo.com

"노인들이 돈을 마땅히 쓸 곳이 없고, 관광시켜준다고 하니까 따라나선 김에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건강기능식품 하나씩은 구매하게 되는 거죠." 효도관광을 빙자한 건강기능식품 판매 사기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 수사관의 말이다.

최근 노인들을 상대로 만병통치약(?)을 판매해온 일당의 검거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4대 사회악 근절과 관련해 불량식품에 대한 단속이 대대적으로 벌어지면서 노인상대 저질·가짜 건강기능식품 판매 사기단도 사법당국의 수사망을 피하지 못하고 잇따라 적발되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최대 인삼 거래지인 금산이 충남에 위치해 있어 대전·충남경찰에 자주 적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건을 수사해본 경찰과 실제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적발된 사기범들의 건강기능식품 홍보 실력이 매우 뛰어나 노인들이 믿고 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노인들은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구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기범들의 진정한 범행수법은 다름 아니라 노인들의 `외로움`이라는 사회적 상황을 교묘히 파고들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사기범들은 자신들의 건강기능식품을 광고하면서 고혈압, 당뇨, 관절염, 치매 등 각종 질병에 효력이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설명하면서도 노인들의 외로움을 자극한다. "자녀들이 챙겨줍니까? 본인의 몸은 본인이 챙겨야 합니다", "명절에 용돈만주고 도망치듯 떠나는 자녀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라며 노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자녀들이 명절 또는 생일마다 보내오는 홍삼식품 등 건강기능식품을 방안에 쌓아 두면서 노인들은 사기범들의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되풀이되고 있다. 사기범들을 근절하기 위해 4대 사회악 근절과 맞물려 경찰의 단속도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지만 가짜·저질 건강기능식품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결국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수요자가 없다면 공급자도 없어질 수 있지만 독거노인이 지난 2000년 54만 명에서 지난해 119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상황은 비관적이다.

정부 차원의 노인복지정책이 부실한 점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겠지만 자녀들의 관심이 부모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가짜제품을 구입했던 70대 노인의 말이 노인 상대 건강기능식품 사기를 근절시킬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관광을 시켜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준 그 사람들이 고마웠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석모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