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복 하늘문교회 담임목사

6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서양에서는 6월을 가장 젊은 달이라고 한다. 영어로 6월을 'June'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젊은이'를 뜻하는 라틴어 '이우니오레스'(Iuniores)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반면 5월은 'May'라는 말이 '노인'을 뜻하는 라틴어 마이오레스(Maiores)에서 유래되었다. 그러고 보니 6월은 과연 젊음의 달인 것 같다. 농경사회에서는 생산성이 가장 높고 생명력이 충일한 하지(夏至)도 6월에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6월이 남다른 나라사랑이 느껴지는 달이다. 며칠 전 현충일을 맞아 이른 아침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하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들의 묘역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시큰함을 느꼈다. 현충일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이들의 충성을 기념하며 추모하는 날'인데 과연 가족들 외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날을 기념하여 감사한 마음을 가질까를 생각해 본다.

다가오는 6월 25일은 한국전쟁의 날이다. 전쟁터에서 천하보다 더 귀한 생명을 조국의 제단에 바쳐 전사한 숭고한 호국영령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과연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6·25 당시 한국이 아시아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고 유엔군으로 참전하여 부상을 당하고 전사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참전한 미군만 해도 전사자가 5만 4000명, 부상자가 10만 3000명, 행방불명자가 8000여 명이었다. 남북한 전사자는 자그마치 249만여 명에 달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과연 이 나라 백성으로서, 더 나아가 종교인으로서, 애국애족의 길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일제강점기나 6·25 전쟁 당시는 물론 군사독재 시절에도 의식이 있고 나라를 걱정하는 종교인들은 구경만 하지 않았다. 분연히 일어나 애국애족하는 일에 앞장섰다. 불교인도, 천도교인도,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3·1운동 때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 대표 33인의 대부분이 종교인이었다.

오늘도 종교인들이 애국애족하는 길은 무엇일까? 첫째는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이다. 종교의 갈등과 분쟁은 나라를 망치는 일이다. 대한민국에는 종교인들과의 화합과 협력을 위하여 '한국인종교평화회의(KCRP)'라는 단체가 있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가 연합한 단체이다. 오는 27일 오전 11시에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전국종교인화합대회가 열린다. 7월부터 9월까지는 이웃종교 스테이 행사도 열린다. 세계적으로 봐도 종교 간 분쟁과 대립으로 큰 어려움을 당하는 나라들이 많다. 종교 갈등은 나라 전체에 화를 불러오기도 했다. 다른 종교를 배척하거나 비난하고 비하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이것이 종교인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둘째는 이웃의 아픔을 헤아리고 위로하는 일이다. 종교의 본분은 우선 섬기는 신에 대한 경외심과 교리를 지키는 일이다. 그 다음 이웃을 사랑하고 위로하며 섬기는 일이다. 모든 종교가 앞장서 이웃을 돕고 위로하며 보듬는 일에 힘써야 할 때다. 특히 6월 초부터 전력대란 사태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에너지 절략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셋째는 나라와 민족, 백성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다. 종교인들의 본분은 한시도 잊지 말고 나라의 안전과 평안을 위하여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위정자와 공직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한다. 나아가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들이 태평성세를 누리길 기도해야 한다.

넷째는 정의의 실현이다. 종교인은 언제나 그 시대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 즉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세상의 물결에 따라 또는 자기의 이권에 따라 살아가겠지만 종교인들은 언제나 정도를 걸어야 한다. 불의에 대하여는 분연히 일어나 항거해야 하고 땅에 떨어진 윤리와 도덕을 바로 세우는 일에 본이 되어야 한다.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 누구보다 질서를 지키고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애국애족이다. 종교인이 어느 정파에 쏠려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위이다. 6월을 맞아 애국애족에 앞장서는 종교인들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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