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전도사를 찾아서] ⑥권지훈 마을기업지원센터장

농부가 이듬해 농사를 짓기 위해 좋은 씨앗만을 골라 보관하는 `씨 오쟁이`는 씨줄과 날줄을 촘촘히 엮어 만든다.

권지훈<사진>대전마을기업지원센터장에게는 `씨 오쟁이`라는 별칭이 따라 다닌다. 권 센터장이 건네는 명함 뒤편에는 `씨 오쟁이`와 함께 지게, 작대기가 그려져 있다. 씨 오쟁이를 지탱하는 것이 씨줄과 날줄의 촘촘한 짜임이듯 그도 주변과의 강한 연대 속에서 복지사로서 농사를 이어 나가겠다는 의미다. 지탱하고 일어서는 힘과 유지하는 힘이 필요한 지게와 작대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회 복지 현장에서는 지탱하고 일어서는 힘 못지 않고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기에 이를 잊지 않겠다는 나름의 각오가 담겨있는 것이다.

권 센터장에 붙는 또 다른 수식어는 독립사회복지사다. 대전사회복지협의회에서 복지사 생활을 시작한 그가 오랜 기간 몸 담았던 협의회를 그만둔 뒤 자활 활동, 좋은 지역 사회 만들기 활동, 독립사회복지사 양성을 거쳐 지금의 마을기업 지원 업무까지 소속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주변에서 만들어 준 명칭이다. 이는 현장의 후배들에게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시작은 사회복지협의회에서 경험이었다.

외부 자원을 연계하고 마케팅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될 수록 `독립`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점차 굳어졌다.

협의회를 나와 그가 시작한 것이 자영업, 스스로 사업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시작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사업 실패를 겪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눈을 돌린 그가 몸 담은 활동이 자활 사업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이들이 무너졌지만 재기를 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워진 사회 환경과 이로 인해 생겨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활동의 동력이었다. 주민을 조직화 하는 일이 순탄하거나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갈등과 때로는 해체도 필요한 일. 하지만 힘든일이 닥칠 때마다 그를 지탱한 것은 공동체적 가치. 그에게 복지사로서 농사는 살기 좋은 공동체 구축인 셈이다.

여러 활동을 거쳐 결국 그가 마을 공동체에 주목하고 집중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그는 "마을은 어머니와 같다. 태어나서 먹고 살아가는 곳이 마을이기 때문"이라며 "이런 마을이 그저 고향의 의미에 머물거나 학군, 부동산의 가치로만 취급 받지 않으려면 주민 스스로 마을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 뒤 "좋은 마을을 위해서는 좋은 조직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몸 담고 있는 마을 기업 지원 업무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 복지 현장가들이 다른 제도와 영역에 대해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을 좀 더 가졌으면 좋겠다"는 그는 "많이 알 수록 활용할 수 있고 다른 조직, 지역과 연계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마을과 조직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힘 줘 말했다.

그가 대전의 마을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난 내 후년 쯤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지 사뭇 궁금하다. 백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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