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훈 정치경제부 syh0115@daejonilbo.com

원자력 발전소가 무더기로 멈춰 서면서 연일 전력경보가 발령되고 있다. 전력 당국이 수요관리를 통해 예비전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경우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이 실제로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전력사용량 15% 감축과 정부가 공공기관 전력사용량 15% 감축과 전력 다소비 업체에 대한 강제절전을 포함한 비상대책을 내놓았지만 우려를 잠재울 수준은 못 된다.

실제로 블랙아웃이 될 경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한민국 전역이 암흑으로 바뀌면서 교통 마비, 은행과 병원 등의 서비스는 물론 전국의 모든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춰 선다. 병원에선 생명유지장치가 작동을 멈춰 중환자들이 목숨을 잃고 수술이 중단되는 아찔한 상황이 계속된다. 아파트나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갇히게 되지만 모든 경찰이 도로 교통정리에 투입되고 119 구조대 역시 대형사고 현장에 출동하느라 구조할 인력이 없다. 블랙아웃 발생 24시간 뒤면 베터리나 발전차량으로 버티는 이동통신사 기지국 마저 기능을 잃게 되고 모든 휴대전화가 불통된다.

끔찍한 상황의 연속이지만 복구도 쉽지 않다. 비상전력이 돌아오기까지 3시간 이상, 완전한 복구까지는 일주일이 걸린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가 정전에 의해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자동 냉각에 들어가는데 이를 다시 채우는데 일주일이 필요하다. 2011년 9월 100분여간의 블랙아웃으로 전국 753만 가구가 정전됐을 당시의 피해금액은 620억원이었으나 비상전력을 총동원했음에도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피해는 수십배나 넘는다. 복구 작업을 하는 동안 생산활동 중단으로 입는 직접적인 피해액만 11조원이 넘는다.

전력 당국의 관리부실과 수요관리 실패로 이같은 위기에 직면했지만 여름 전력수요의 20%를 차지하는 냉방 수요를 줄이는 수밖에 지금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다. 문제는 민간 부문은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것이다. 시내 곳곳의 가두점은 매장 안이 서늘할 정도로 냉방기기를 돌리면서도 아직도 문을 열고 호객행위를 한다. 상점이나 가정에선 전력 피크시간대인 오전 10-11시, 오후 2-5시에도 별 생각 없이 에어콘을 작동시킨다. 찜통 속 근무와 생활, 부채와 손수건 항시 휴대 등 전국민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절전운동 생활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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