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많이 외우기보다 문제풀이 적용 가능한 방법 찾아야

영어 단어 외우기. 모든 학생들의 고민이다. 독해 공부를 해보려고 문제집을 보는 순간, 모르는 단어들이 곳곳에 장애물처럼 콕콕 박혀 있어 해석 자체가 되지 않는다. 영어 단어를 몰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단어 외우기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도 많다. '하루에 100개씩 단어를 외워야 한다거나 단어장을 사서 외우면 좋다'는 등…. 어떤 말이 맞는지 몰라 혼란스럽다.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는 영어 단어를 외우는 본래의 목적을 떠올려 보면 도움이 된다. 영어 단어를 외우는 이유는 독해를 더 잘 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영어 단어를 외울 때, 독해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외운다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막상 독해를 하려고 하면 외워둔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 곤혹스러웠던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독해 지문을 통해 영어 단어를 외우는 방법을 알아보자.

위 그림안의 문제는 2013학년도 수능 외국어영역 23번 문제이다. 고 3인 M군이 독해를 하다가 모르는 단어를 위와 같이 형광펜으로 밑줄그어 두었다. 이 단어들을 효과적으로 외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상하며 외우자= ④번 선택지의 soothes라는 단어. soothe의 3인칭 단수형이다. 이 단어,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다. 바로 존슨즈 베이비 로션, 존슨즈 베이비 수딩 내추럴. 로션은 피부를 부드럽게 하려고 바르는 것. soothe의 뜻이 '달래다, 누그러뜨리다'이니 아, 수딩 내추럴 로션은 피부를 달래고 누그러뜨리려고 바르는 것. 이렇게 새로운 단어를 실생활에서 접하는 로션 이름과 관련지어 외울 수 있다. 이렇게 외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연구 결과로도 증명되어 있다. 바로 인지 심리학에서 연구된 '약호화'가 그것이다. 약호화란 말이나 글로 된 내용을 잘 기억하기 위해 자신만의 기억부호를 만드는 것이다. 기억부호는 자신이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나 영상, 소리를 의미한다. soothe를 '존슨즈 수딩 내추럴'과 연관지어 약호화 했을 때 기억부호는 로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새로운 영어 단어를 보았을 때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영상이나 소리 등과 같은 정보와 연관지으면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ron'이라는 단어를 보면 아! 아이언맨! 이렇게 떠올려 보는 것이다.

◇관련 있는 단어끼리 뭉쳐서 외우자= 'curb', '억제하다. 제한하다'라는 뜻이다. 'restraint'는 '자제, 규제'. 두 단어의 뜻은 닮았다. 이 때 두 단어를 함께 외우면 도움이 된다. 또 'soothe'는 '달래다, 누그러뜨리다', 'wound'는 '상처'이나 아예 'soothe wound'를 하나로 묶어 '상처를 달래다'로 외울 수도 있다. 이렇게 외우는 게 효과적일까? 인지 심리학에서는 연관지어 외우는 것에 대한 효과를 입증해냈다. 바로 '정교화(elaboration)'라는 개념. 외울 대상을 그와 관련된 다른 대상과 연관지어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지문에서 단어를 외울 때, 뜻이 비슷하거나 연결되는 단어들이라면 함께 기억하자.

◇맥락을 만들어 보자= 단어가 모여 문장을 만드는 만큼, 문장과 독립적인 단어는 없다. 단어는 문장의 의미 속에서 자신의 기능을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문장의 의미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익히고 외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령, 위에 제시한 문제에서 'distinction'과 'restraint'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 문장을 보자. 그 단어들이 속한 문장을 해석해보면 '부정과 자제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가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문장을 써보는 건 어떨까? '부정과 restraint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중요한 distinction이 있다'라고. 문장의 맥락 속에서 그 단어들의 의미를 떠올려 보는 것이다.

이렇게 공부하면 겨우 6단어 밖에 외울 수 없어서 너무 적다고 느껴지는가?

이렇게 하루에 4지문에서 모르는 단어만 찾아 공부해도 일주일이면 40-50개의 단어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 동안 영어 단어만 달달 외워서 독해할 때 기억이 나지 않아 계속 다시 외웠던 걸 생각한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단어들을 머리에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도움말 : 메가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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