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이용 '억제필요 vs 제약반대' 시각차

대전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은 전문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론으로 무장된 전문가들의 주장은 치열한 논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며 각각 시민들의 공감을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단점을 강력하게 드러내고 한편으론 자신들이 주장하는 건설방식의 강점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노면과 고가의 대립 속에 양 측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철도`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 자동차 위주의 교통시스템이 교통혼잡과 고유가,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많은 사회적·경제적 비용 및 문제를 유발시키고 양극화 고령화 등 사회변화와 맞물려 향후 `철도` 중심의 교통시스템으로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한다.

여기에서 도시 철도는 기존 도로에 철로를 설치하는 노면방식과 교각 위로 철로를 설치하는 고가방식으로 구분되고, 이는 각각의 방식을 주장하는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쉽게 말해 도로 위 노면 전차를 통한 시민들의 승용차 이용의 제한이냐, 현 승용차 중심의 시민정서를 감안한 새로운 교통체계냐를 두고 대립하는 것이다.

노면전차(트램)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바로 이 같은 부분에 주목한다. 한국교통연구원 안정화 연구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승용차 이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란 시각과 승용차 이용에 제약을 주기 때문이란 시각 및 철학의 차이로 트램에 대한 찬반이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의 도시구조는 오로지 자동차 중심으로 구축, 자동차 사용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랜드마크·관광상품·도심재생 △삶의 질 향상·교통복지 구현 △지속가능성·지속성 △수단 간 공정 경쟁 △교통수단의 위계 재정립 등을 거론하며, "트램은 교통수단만이 아닌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고, 도시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대전 시민사회단체의 전문가들은 트램의 장점과 함께 도시미관 저해 등 고가방식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주요 간선도로 가운데로 6-18m 높이 700여 개의 교각이 설치되면 도시 경관문제가 심각해진다"며 "고가는 한번 건설하면 다시는 철거할 수 없어 애물단지이자 도시 흉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무엇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교통약자의 환승이 어려워 `외면철`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현재 지상 고가 경전철로 건설 중인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을 예로 들며 경관 저해, 상권 침해, 접근성 문제, 수요 부족에 따른 막대한 재정 적자 등을 제기했다.

금 처장은 "대중교통의 본질은 속도 보다는 얼마나 쉽고 빨리 이용할 수 있는지의 접근성과 편리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도시철도 2호선은 지역균형발전과 교통복지 등을 감안,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 가능한 트램이 적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고가방식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노면전차의 장점과 고가의 단점에 공감을 표명하면서도 노면전차의 수송능력과 안정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의 근본적인 이유에 주목한다. 도시철도는 대용량으로 많은 수의 사람을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투자와 적자를 감수하면서 건설하는 사업으로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면전차는 승용차 억제를 위한 강제적 방안이라 할지라도 버스속도의 저하에 대한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목원대 장현봉 교수는 "개인적으로 노면전차를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대중교통체계의 대동맥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며 "도시철도 2호선은 고속의 대용량으로, 대동맥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중교통의 환승 측면과 수송 측면의 가치를 비교할 경우, 수송능력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가방식을 선호하지 않으나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고가방식"이라고 말했다.

고가방식 중 자기부상열차를 주장하는 한국기계연구원 신병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단장은 "차체가 궤도를 감싸고 있어 탈선이나 전복, 펑크의 염려가 없다"며 자기부상열차의 안전성과 △저소음·저진동·무분진의 친환경성 △유지 보수비 및 인건비 최소화의 경제성 △정시성과 표정속도 우수성 △기후변화의 대응 용이 등의 장점을 들고 있다.

또 자기부상열차의 최대 단점 중 하나인 도시경관 저해에 대해 "관건은 고가 구조물로 인한 경관 침해인데, 현재 거더(Girder·구조물을 떠받치는 보) 등 구조물을 보다 슬림화해 흉물이 아닌 오히려 지역의 상징물이 되도록 하고, 주변과 조화되도록 테마를 정해 지역 특성을 표현하겠다"고 자신했다.

우세영 기자 sy6262@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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