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날 - 공주 학림사 조실 대원스님 인터뷰

 학림사 경내에 첫 발을 디디면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민선원 옆 화단에 큼지막하게 서 있는 '이뭣고'라 적혀 있는 비석이다.  사진=학림사 제공
학림사 경내에 첫 발을 디디면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민선원 옆 화단에 큼지막하게 서 있는 '이뭣고'라 적혀 있는 비석이다. 사진=학림사 제공
15일 오전 8시, 충남 공주 계룡산의 한 줄기 수리봉 기슭에 위치한 사찰 `학림사`를 찾았다. 부근에서 절 위치를 알려주며 "여기가 지석골"이라는 한 주민의 말투가 정겹다. `지석골`은 제석골의 충청도 사투리다. 불교설화에 등장하는 하늘의 왕 제석천(帝釋天)에서 따온 마을 이름으로 조선 중기까지 이곳 학림사 자리에는 제석사라는 절이 있었다. 그런데 조선시대 임진왜란으로 인해 소실됐다고 한다.

대원 스님은 묵정밭으로 변한 절터에 지금의 학림사를 창건했다. 1986년에 지었으니 어느덧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스님들의 참선도량인 오등선원을 세웠다. 이후 일반인들도 참선할 수 있도록 오등시민선원도 지었다. 불교, 정확히는 선(禪)의 대중화를 주창하고 포교한 종단 내 선구자이자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경내로 들어서자 시민선원 바로 옆 화단에 `이 뭣고`라 쓰인 글귀 밑에 `화두일념(話頭一念)`이라 적힌 커다란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선뜻 불가에서 말하는 `선문답`이 떠올랐다.

종무소 보살이 대원 스님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스님은 이미 가부좌를 틀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스님 뒤로는 부모님의 은덕을 칭송하는 내용의 `해설대보부모은중경`이라는 병풍이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불자염송경`과 `대주선사 어록강설` 두 권의 책과 함께 불교에서 오랜 시간 참선으로 심신이 흐트러질 경우 정신을 깨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인 `죽비`가 놓여 있었다.

"무얼 듣고 싶은고"라는 스님의 질문에 묵직했던 방 안 분위기가 이내 편안해졌다.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찾은 조실 대원 선사는 마침 지난달 열린 조계종 원로회의에서 성파 스님, 성우 스님과 함께 원로의원으로 선출된 터였다.

대원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의식한 듯 "무명 속에서 헤매는 중생을 구제하고 밝고 깨끗한 진리의 세계에서 해탈(스님은 이를 `大자유`로 표현했다)을 누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가르치신 부처님의 말씀을 돌아보게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서로의 종교를 초월해 모든 사람이 마음의 문을 열고 한 마음 한 몸이 돼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상 사람들이 욕심을 떨쳐내고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 사상을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모든 중생은 부처의 만(萬)가지 능력과 덕과 복과 지혜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중생들은 내 안에 이런 것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헤매는 거야. 그래서 중생들은 한 번도 영원한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인생을 사는 거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알려면 `내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해 끊임없이 관찰하고 의문을 품고 열심히 `참구(參究)`하는 과정 속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했다.

대원 스님은 "모든 중생은 평등하고 누구나 다 부처다"라며 "부처의 세계를 깨달은 사람과 깨닫지 못한 사람 간에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모양이 다르다"고 했다. 깨닫지 못한 사람은 개인의 편리와 이익을 도모하고 욕심을 충족하기 위해 갖은 수단으로 타인을 헤친다는 것이다.

스님은 인터뷰 내내 "마음 부처"라는 표현을 쉰 번도 넘게 썼다. 그만큼 내 안에 부처가 있으며 내 어깨에 모든 짐을 짊어지며 다른 중생의 고통을 모두 받겠다는 것이 부처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자비`인거야"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사실 나도 선방에만 앉아 있을 때는 잘 몰랐어. 세상에 무엇 하나 괴로운 것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여기에 터 잡고 살면서 별별 사람을 만나게 되지"라며 인터뷰 도중 옛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언젠가 한 보살이 찾아왔다. 대뜸 부부의 궁함이 맞는지를 묻더라는 것. 그래서 "실컷 살다 궁합은 왜 물어요. 이제 와서 맞지 않으면 어쩌자는 건지…. 그래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상극이네요, 누구 하나 죽겠지`"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그 보살 하는 말이, `그렇죠, 헤어지는 게 좋겠죠?`라며 억장이 무너지는 말을 합디다. 속으로 아하!, 역대 조사들이 이래서 `네가 공부가 됐거든 네 자신을 다뤄보라`고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

스님은 "상황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일은 쉽지 않아.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자세를 바꿨지. 수심 깃든 얼굴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먼저 `사람과 돈 문제로 요즘 어려운 일들이 많으시죠`라고 하면, `말씀도 안 드렸는데, 어떻게 아십니까, 도를 통했다고 들었는데 역시 다르시군요`라고 하더라고. 아니, 세상사가 돈 아니면 사람 때문에 힘들지 뭐 하나 특별한 게 있겠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스님은 "중생은 살기 위해 살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해. 어떠한 모양을 보여주고 가느냐가 중요하지"라며 "대개는 반쪽 인생을 살다 간다고 보면 맞을 거야. 우리가 잊고 사는 다른 한쪽이 자기의 참모습이야"라고 했다. 스님은 그러나 욕망도 마음먹기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고 했다.

스님은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며 "잘못된 의식구조에 사로잡힌 중생은 깊은 참선과 수행정진을 통해 진리와 이치를 깨달음으로써 모든 인류와 공동체가 한 마음이 됐을 때 이 땅에 평화와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근본적으로 `마음 부처`를 찾는 일을 해 야 해. 항상 생활 속에서 부처님처럼 할 수 있는 수행을 사회생활과 같이 하면 된다"는 가르침을 덧붙였다.

최태영 기자 tychoi@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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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학림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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