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폭언·폭행 피해상담 158건 교권 침해사례 한학기에 4477건

13일 대전의 한 대학 도서관 앞에서 만난 김윤희(가명·29)씨는 여느 대학생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요즘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고 도서관에 나와 하루종일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불과 몇 달 전 만해도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국어교사였다. 그녀가 선망의 대상인 교사를 스스로 그만둔것은 교사 생활을 하면서 받은 상처와 좌절 때문이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교사의 권위 앞에서 맛본 좌절감과 무력감은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그녀는 몇 달 전 수업시간에 계속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의 손바닥을 때린 것이 발단이 돼 교실로 찾아온 학부모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급기야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을 겪었다. 그 일 이후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결국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다.

바닥까지 떨어진 교사들의 권위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와 정부는 교사들의 실추된 교권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 손을 놓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이 발표한 `2012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에 따르면 정당한 학생지도와 관련해 학생·학부모로부터 폭언, 폭행을 당하고 부당 징계 처분을 받는 등 교권 침해 건수가 작년 33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가장 빈번한 사례는 학생, 학부모의 폭언, 폭행 등 `부당행위`로 2011년 115건이던 것이 2012년 158건으로 1년 새 37.4%나 급증했다. 2012년 국정감사에 따르면 교권 침해 증가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김태년(민주당·교과위) 의원이 제출받은 시·도별 교권 침해 현황에 따르면 2009년 1570건이던 교권 침해 건수는 2010년 2226건, 2011년 4801건으로 2년 새 3배 이상 급증했고, 2012년에는 1 학기에만 4477건이 발생해 2011년 한해 발생 건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당행위 이외에도 수업 외의 잡무처리로 인한 고충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교총이 지난달 4일부터 9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원 1609명의 학생·학부모 상담실태 설문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일주일 간 학생 상담 시간이 30분도 안 되는 교원이 전체의 30%나 됐다. 30분-1시간인 교원 33%를 합하면 63%나 되는 교원이 일주일 평균 1시간도 채 상담을 갖지 못했다. 담임교사도 크게 다르지 않아 1시간 이하가 59%, 이중 30분 미만도 27%나 됐다.

교사들은 학생,학부모 상담 부족의 주원인으로 `잡무 부담`이 1순위로 지목됐다. 36%의 교원이 `공문서 처리 등 행정업무`를 꼽았다.이와 같은 교권침해 증가와 과다업무로 인해 폐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은 수업 외 업무를 경감하고 학급당학생수를 감축하며 수업보다는 인성교육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반면 법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의 강화를 통해 교권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인 학교 문화의 변화가 선행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교조 대전지부 안동수 사무처장은 그동안 "먼저 민주적인 학교문화가 정착되고 그 안에서 학생들에 대한 인권교육이 강화될 때 자연스럽게 교권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신웅 기자 grandtrust@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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