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건수 5년새 3배로 방치하다 자살 위험도

#미영(가명)이는 3년 전 절친한 친구에게 큰 상처를 받은 뒤부터 '타인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중학교 이후부터 늦은 밤에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일이 늘어났고 심한 우울감에 학교생활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기댈 곳이 없어진 미영이는 자살을 시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미영이는 당시를 회고하며 "중학교 때 이후로 밤에 잠이 오지 않았어요"라며 "그때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조금씩 모아놓기 시작했어요. 언젠가 쓸 데가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다행히 미영이는 지난해 한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이후 많은 부분이 개선됐고 빠르게 학교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가람이(가명)는 최근 갑작스런 우울감으로 학교생활이 힘들다. 학업에 대한 흥미가 별로 없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매일 압박감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공부도 제대로 안하는 내가 커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에 심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평소 성격이 외향적인 가람이는 적극적으로 주변에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고민을 들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춘기 청소년의 푸념' 정도로 생각할 뿐이었다.

'우울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울증·위축감으로 상담을 거친 학생 비중이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전체 청소년 상담 중 4.3%에 불과했던 우울증은 2011년에 8.8%로 두배 이상 증가했고 2012년에는 12.6%로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청소년 우울증이 사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청소년들이 직접 찾아가 고민을 상담할 만한 루트는 제한돼 있다.

교사들 대부분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학생들 개개인에게 신경 쓸만한 시간이 많지 않고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부모님과 이야기하는 시간 역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전 전교조가 최근 대전 지역 초·중·고 10개 학교, 20개 학급 662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전 학생 학교생활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들 중 대부분인 69.2%가 고민이 있을 경우 친구에게 상담했으며 부모님에게 상담한다는 학생이 27.8%로 뒤를 이었다. 선생님과 상의한다고 대답한 학생은 고작 1.5%에 불과했다.

이처럼 우울증을 겪고 있던 아이들의 일부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4년간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우울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우용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본인의 문제를 개인적으로 이겨내라고 강요하고 거기서 좌절하는 것을 평가절하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대섭 기자 hds32@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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