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전도사를 찾아서] ⑤ 이현수 대전 중구지역자활센터장

`복지 기획가, 문화 복지 전도사`.

이현수(47·사진) 대전 중구지역자활센터장에게 붙는 수식어다. 중구 지역의 기초생활수습자 가운데 일자리를 원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거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이른바 조건부 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주민에게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 자활을 돕는 것이 그의 일. 하지만 그동안 그가 진행해 온 극단 `아낌 없이 주는 나무`와 `착한가게 커피숍` 등을 살펴보면 언뜻 자활과는 연결이 쉽지가 않다.

자활이라고 하면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떠올리기 쉬운데 극단과 커피숍 등은 문화를 향유하는 아이템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뛰어 넘어 문화를 향유하고 이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나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지역 사회 기여 부분도 자활에서 빼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가 살아야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하지만 역으로 자활을 통한 틈새 일자리로 지역 사회가 변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지역 문화 예술의 메카였던 중구 지역이 원도심화 되면서 문화적 공백이 나타나고 이를 메우기 위한 소외 계층의 문화 향유 기회 제공, 가난한 예술인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 사업이 활발해지자 그는 극단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자활 아이템을 고안했다.

가난한 예술인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는 극단 활동은 이후 복지부의 생활문화공동체 사업과 연계해 지역의 생활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착한가게` 사업 역시 원도심 지역 활성화와 닿아 있다. 기존의 커피숍을 북 카페로 리모델링한 뒤 저렴한 가격에 커피와 차를 제공하는 이 곳에는 자활을 꿈꾸는 3명의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를 통해 협동조합 형태의 공동체를 만든 이들도 적지 않다. 무농약 버섯을 재배하는 송암 농장이나 중구청 인근 맛 집으로 유명한 전주식당, 도배 장판 시공업체 마루인테리어가 대표적. 학창 시절 집 근처 아동생활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영향을 미쳐 복지사의 길을 걷게 됐다는 그는 좋은 사회 복지사가 되고 싶다면 먼저 봉사활동부터 해 보라고 권한다. 현장에서 직접 사람에 대한 애정을 느껴보지 않은 이들은 결코 좋은 사회 복지사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인문학을 통해 내면의 깊이를 키우는 것과 사회 과학을 통해 사회구조적인 모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자칫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

그는 "이론과 실천 의지를 겸비한 사회복지사가 필요하고 정부와 사회 복지계도 이 같은 방향에서 사회복지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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