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지난 10일 전기 용광로 보수공사를 하던 중 근로자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문제의 가스 누출에 대해 조사중이어서 정확한 판단은 이르지만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임이 분명하다. 사고당시 이들은 가스 누출에 대비한 방독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으며, 늑장 신고에 초기대응마저 미흡했다니 과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을 자부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관계 당국은 사고경위를 철저하게 가려 관련자는 물론 원청업체인 현대까지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대제철의 초기대응 미흡이 더 큰 참사를 불렀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사고 인지시점이 오전 1시 40분인데 119 신고시각은 2시 25분이다. 초기대응에 45분을 흘려보낸 것이다. 신고내용도 의문이다. 감전으로 오인해 전기를 차단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우왕좌왕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기업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자체구조에 더 치중했다는 얘기다. 늑장 신고는 산업현장의 단골메뉴나 다름이 없다 보니 안타까움이 더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산재사망율 1위라는 불명예가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당진제철소는 산업재해 다발 현장이다. 지난해 9월 이후 한달에 한번 꼴로 8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1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다. 사고 원인도 감전·질식·추락 등 가지가지다. 사고가 빈번했는데도 여전한 것은 안전불감증 탓이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면서 근로자 안전조치는 뒤전이었던 셈이다. 이번 사고도 보수공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전기용광로 시험가동을 위해 아르곤 가스를 사전에 주입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국은 대형 산업재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은 산업재해를 키우는 온상이 될 수도 있다. 당진제철소 참사를 계기로 대형 산업재해에는 원청업체까지 형사 처벌을 공식화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 산업재해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장치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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