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노하우와 정성이 듬뿍 담긴 순대국밥 한 그릇을 비우고 포만감을 느끼며 길을 나서면 추억을 맛보았다는 `삶의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 5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이어온 전통 비법과 정성으로 순대국밥을 말아내며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자이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유성할머니순대한흥집`이다.

1963년에 개업해 1991년 현재 자리로 옮겨 영업을 하고 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편안한 밥 한 끼 대접하는 것을 창업정신으로 삼은 이북 출신 창업자 할머니는 1991년 작고하셨고 지금은 나이가 지긋한 아들 정규성(67)씨가 운영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입소문을 탄 지라, 유성온천을 즐겨찾으며 들르곤 했던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 골프선수 박세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명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고 한다.

순대국밥은 동·식물성 성분이 골고루 들어있으며 숙취해소, 간장보호, 중금속 독소해소 등에 효과가 좋은 비타민B군이 들어있고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환자나 임산부, 여성들에게도 좋은 `웰빙음식`으로 재평가 되고 있는 추세다.

이 집의 순대국밥은 신선한 사골을 매일 직접 푹 고아 끓여내 `평양식 순대` 그대로 만든 손맛과 노하우가 스며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평양식 순대는 돼지고기, 두부, 선지 등을 주재료로 만들며 순대 크기가 비교적 크다. 이 집에서는 대창을 이용해 직접 손질한다.

또 순대국밥이 특별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진한 국물과 밥의 조화에 있다. 국물이 진하다는 얘기는 재료를 오래 끓였다는 얘기. 뚝배기 안에 식감이 좋도록 약간 다져준 밥을 넣고 그 위에 순대와 잘게 썬 내장, 간, 허파와 함께 `잡내 제거` 역할을 하는 파를 얹는다.

다음에 오랫동안 우려낸 진한 국물을 따르고 붓는 과정을 반복한다. 열기가 가신 밥과 뜨거운 국물이 만나면 밥에서 녹말진액이 나오면서 옛 시골장터의 국밥 맛을 그대로 재현해 준다.

그로 인해 국물과 밥이 입에서 착착 감기는 게 "전통 순대국밥의 맛이 이런 거구나"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한 숟가락 입에 가져가면 갈수록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며 속이 뜨끈한 기운으로 가득 차는 느낌이다. 마치 몸에 좋은 보약을 먹은 듯 힘이 `불끈불끈` 든든하다.

새우젓, 다진 양념 등으로 간을 하여 자칫 진한 국물이 주는 느끼함은 잡아내고 오히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냈다.

특별한 국밥에 정작 순대가 맛이 없다면 맥 빠지는 일일 테지만 이 집의 순대는 쫄깃 함이 더하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순대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창자특유의 비린내는 전혀 안 나고 선지, 두부, 돼지고기 등 갖은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감칠맛이 돌며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정 씨는 "할머니순대국밥을 대전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며 "세월의 흐름을 놓지 않고 단골손님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편하게 다시 찾을 수 있는 추억이 깃든 장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순대국밥 보통 3000원·특 5000원 △순대 大 1만원·中 5000원 ☎042(824)7916 영업시간 오전 6시-밤 9시

글·사진 이지형 기자 ljh8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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