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1945~)

그대는 지금 그 나라의 강변을 걷는다 하네.

작은 어깨가 나비처럼 반짝이겠네.

뒷모습으로도 내게로 오는 듯 눈에 밟혀서

마음은 또 먼 통화 중에 긴 팔을 내미네.

그러나 다만 바람 아래 바람 아래 물결,

그립다는 말은 만 리 밖 그 강물에 끝없네

그리움은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함께 품고 있는 감정이다.

시인이 '그 나라의 강변'이라고 했을 때, 그곳은 시인이 서 있는 곳과는 구별되는 다른 공간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대'와 함께했던 과거와 홀로 떨어져 있는 현재를 확인하게 만드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립다는 말'은 '멀다'와 '가깝다'를 함께 품고 있다. 사실적으로는 닿을 수 없는,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함께하는 대상에게서 그 감정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바람'과 '물결'은 '그립다는 말'과 참 많이 닮았다. 상류와 하류의 물이 달라 보이지만 하나로 연결된 물이듯, 이곳과 저곳의 바람이 또 달라 보이지만 하나로 불어가는 바람이듯, 그리움도 함께 있지 못하지만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이 '먼 통화 중에' '내미'는 '긴 팔'도 어쩌면 '바람'과 '물결'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목소리를 통해서 서로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서로의 발목을 적실 것만 같은 통화, 그리움은 '만 리 밖' '강변'의 '그대'를 만질 수 있는 안타까운 손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리움을 감정의 소모라 치부하면서 부정할 때가 많다. 하지만 때로 마음을 아프게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도 하는 그리움 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 것 아니겠는가? 마음속 잠잠해진 그리움을 되살려 오늘은 '바람'처럼, '물결'처럼 일렁여보자. 시인·한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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