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4대 문명 큰 규모 강 주변서 기원 대운하 건설 성공한 漢나라 제국 통합

 평생 아우구스투스의 오른팔 역할을 한 마르쿠스 아그리파는 깨끗한 물을 풍부하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제국의 위생과 군사적 강건함을 유지했다. 남부 프랑스의 퐁뒤가르 유적같은 수로를 이용해 도시의 급수반이나 목욕탕, 하수도를 운용했다.
평생 아우구스투스의 오른팔 역할을 한 마르쿠스 아그리파는 깨끗한 물을 풍부하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제국의 위생과 군사적 강건함을 유지했다. 남부 프랑스의 퐁뒤가르 유적같은 수로를 이용해 도시의 급수반이나 목욕탕, 하수도를 운용했다.
'세계 금융의 중심' 미국 뉴욕의 지하 180m 부근에서는 1970년부터 지금까지 거대한 땅굴을 파고 있다. 이는 60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공사비를 투입하는 '제3상수도 터널 공사'로 파나마운하 건설에 버금가는 사업으로 손꼽힌다. 이런 엄청난 공사를 벌이게 된 이유는 노후한 뉴욕시의 상수도 공급관에서 광범위한 누수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누수를 방치할 경우 자칫 터널 전체가 파열될 위험이 있기에, 뉴욕시 관계자들은 제3의 수도관을 먼저 건설한 후 기존 시설을 수리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식수의 절반 가까이가 가정에 공급되기 전에 소실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상수도 설비 누수는 심각한 상태이다. 이에 각국은 소실되는 물의 양을 줄이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식수를 제공하고자 상수도설비의 유지 보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는 문명의 존립을 좌우하는 '물'을 다스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 역사가 지속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뉴욕 타임스', '포브스' 등 유수의 언론에 기고하는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를 '물'을 통해 풀어나간다. 역사상 물의 통제와 조정은 강대국의 흥망, 국가 간의 관계, 현존하는 정치체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규제하는 핵심조건들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가 물을 통제하고 극복하려 노력해 온 투쟁의 역사임을 밝히며 고대, 중세,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 까지 성공적인 치수(治水)를 통해 패권을 차지한 국가들을 3부에 걸쳐 조망한다. 마지막인 4부에서는 물 부족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인더스·황허·이집트·메소포타미아-세계 4대 문명의 공통점은 모두 범람이 일어나고 통행이 가능한 대규모의 강 주변에서 기원했다는 점이다. 문명권 사람들에게 있어 물은 양날의 칼과도 같았다. 주기적인 강의 범람은 비옥한 토지를 제공해 곡물의 성장과 문명 번영의 토대가 되어주었지만, 가뭄·홍수 등 물로 인한 천재지변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갈 만큼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무쌍한 물을 다스리는 것은 문명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으로 작동했다. 대규모 관개사업을 위한 치수에는 많은 자본과 인력이 필요했고 이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은 곧 강한 권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로마 역시 제국이 번영하고 인구가 증가하는 위대한 시기는 수로건설과 물 공급이 증가한 때와 궤를 같이한다. 저자는 로마제국과 중국의 한(漢)제국을 비교하며 두 제국의 통합에 물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핀다.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바탕으로 한 중국은 대운하를 통해 남북을 연결하며 통합에 성공했다. 반면 제국의 통합을 이끌어 낼 운하를 건설할 수 없었던 로마는 이민족의 침략과 분열이 지속되며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로마 멸망이후 유럽에서는 작은 단위의 국가가 형성되어 교역이 증가하고 자유시장 기업들이 늘어났다. 증기기관·수력발전 등 물과 관련된 기술들의 발전을 기반으로 한 대양항해는 서구가 세계의 패권을 잡는데 일조했다. 19세기 영국의 세계 제패 뒤에도 공공 위생혁명이 있었으며,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대중에 제공함으로써 유례 없는 인구증가를 뒷받침했다. 더불어 저자는 후버 댐과 파나마 운하의 건설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게 한 배경으로 자리했다고 분석한다.

물은 모든 생명체의 생장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자원이다. 자연의 순환에 따라 물을 얻는 대부분의 생물과 달리, 인간은 물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의 필요와 그 용도에 맞게 이를 사용했다. 그러나 수자원의 과도한 개발은 물 부족 위기를 전 세계로 확대 시켰다. 저자는 변화하는 물의 조건에 사회가 당대의 기술과 조직을 동원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곧 역사를 결정짓는 핵심 동력이라고 말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를 통해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물과 인간을 역사적 시각에서 조망함으로써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대운하의 통합성이 오히려 중국의 근대 산업주의를 저해하는 사회 쇠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저자의 주장을 비롯, 각국의 역사를 구성하는 여러 특수한 요인들을 배제한 채 강대국 역사발전의 틀로 문명의 진보와 쇠퇴를 규정하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성지현 기자 tweetyandy@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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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의 세계사 스티븐 솔로몬 지음·주경철, 안민석 옮김 민음사·704쪽·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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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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