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복 하늘문교회 담임목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어

봄비는 잠든 뿌리를 흔들어댄다…'

해마다 4월이 오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의 첫 부분이다. 1차 대전 이후 유럽의 황폐함을 다각도로 변주하고 있는 이 시는 우리의 4월에 더욱 가슴을 울리는 시인 것 같다. 4월은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는 생명이 약동하는 달이다. 그러나 금년 4월은 날씨가 참으로 짓궂었다. 눈이 내렸고 비바람도 심하여 꽃샘추위 치고 잔인하였다.

4월 하면 우리의 가슴을 쓰다듬게 하는 날이 있다. 그날이 바로 4·19혁명 기념일이다. 오랜 독재와 부정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의 정치사에 일대 전환점이 된 4월 혁명이다. 그것도 정의의 피가 끓어오르는 젊은이들과 꽃다운 나이의 청소년들이 이 민족의 제단에 몸을 던지고 피를 뿌려 민주주의를 꽃피운 잔인한 혁명이었다. 그 세대가 이제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았거나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정말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나고 이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과 사회도 많이 변하고 발전을 하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가끔 추태를 부리는 기성 정치인들은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 더구나 신성한 대한민국의 국회 안에까지 종북 세력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 의원들은 방관도 죄가 되고 무관심(apathy)도 죄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4월은 장애인의 날(20일)이 있는 달이었다. 지금은 많이 개선이 되기도 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한 우리의 현실이다. 인간은 누구나 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육체적인 장애만 아니라 정신적인 장애, 언어의 장애, 마음의 장애 등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나이 먹고 늙으면 다 장애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차별한다거나 무시하는 일은 정말 잔인한 일이고 언젠가 자신이 당해야 할 일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장애우를 무시하는 그 사람이 바로 심각한 장애인인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난 4월이었다. 계속되는 엔화 약세로 인한 악재가 우리 경제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한다. 수출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수주를 받던 공사들이 줄줄이 일본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거기에 일본 각료들과 우익 의회 지도자들은 야스쿠니 신사에 줄을 지어 참배를 하면서 한국과 중국을 조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저지른 만행까지 부인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일본은 정말 이상한 나라임이 틀림없다.

또 한 가지 우리에게 정말 잔인한 사건은 저 북한의 소행이다. 그동안 갖가지 위협과 엄포로 대한민국 국민을 불안하게 하더니 그것이 잘 먹히지 않으니까 결국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형국을 가져왔다. 우리 정부의 철수 명령으로 마지막 공장을 지키던 사람들이 시간에 쫓기며 철수하는 장면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비극이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마치 피난민의 행렬과 같이 승용차나 작은 트럭에 잔뜩 짐을 싣고 개성공단을 빠져나오는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하나라도 더 짐을 실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차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보면서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다. 하물며 당사자들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국제적인 법도 신의도 서로의 약속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제멋대로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잔인한 집단들이 이 지구상에 또 존재하겠는가?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 할 수가 없다. 제발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의 아우성과 비참한 현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아! 4월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정말 올해 4월은 우리에게 잔인한 달이었다. 부디 다시 시작되는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처럼 모든 것들이 회복이 되고 평화롭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달이 되길 간절히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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