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폭력 예방·대응법

결혼 20여 년차인 최장호(50·가명)씨는 최근 가정폭력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부부 상담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씨가 부인에게 맏며느리로서의 행실 강요 등 가부장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최씨 부부의 첫 단추는 잘못 꿰어졌다. 최씨는 가족과의 겸상을 허락하지 않았고 부인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면서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세월이 흐를 수록 최씨는 부인의 뺨을 때리거나 발로 차는 등 폭력도 행사하기 시작했고 강도는 갈수록 심해졌다. 이런 최씨의 폭력에도 "앞으로 나아지겠지,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참아야지"라며 수십 여년간 참아오던 부인은 급기야 가출을 선택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최씨는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제발로 상담소를 찾았다. 현재 최씨 부부는 수 차례의 전문가 상담과 역할극, 부부캠프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 속에 원만한 부부관계를 회복해 가고 있다.

최 씨의 사례는 가정폭력을 당했을 경우의 올바른 대응방법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최 씨의 아내처럼 가출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오히려 가정폭력의 당사자인 최 씨처럼 적극적으로 외부의 도움과 지원을 요청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정폭력의 경우 대부분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발굴이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신고를 하거나 상담소를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재발 위험성이 높아 적시에 적절하게 상담과 치료가 이뤄져야 하고 자녀에게까지 되물림될 수 있는 만큼 인성 교육 등 통합인권교육 병행도 요구된다.

가정폭력 등 긴급한 구조 보호가 필요한 여성들의 경우 여성긴급전화 1366의 전문인력과 상담을 통해 긴급피난처를 제공받거나 쉼터로 입소할 수 있다. 쉼터에서는 정신·신체적 피해를 치유하기 위한 치유프로그램들이 제공되며 자활교육도 실시되고, 전문가와의 상담만을 요할 경우 가정폭력상담소를 찾아 전문가 상담, 집단 상담, 부부캠프, 역할극 등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13일 경찰의 '가택긴급출입권' 시행에 따라 가정폭력 사건과 관련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해자의 퇴거, 100m 이내 접근금지 조치 등이 가능해졌다.

이영아 대전 YWCA 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장은 "상담소에서 가해자의 분노지수 등 검사를 통해 재범 가능성이 높을 경우 법적 처벌과 함께 상담소 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며 "부부 대상 접근이 아닌 가족 치료적 접근으로 가야하고 피해자 자녀들의 경우 반드시 인지행동교정 등 추후 상담을 통해 가정폭력이 되물림 되는 악순환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원 기자 jwkim@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원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