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가정의 달을 맞이하며 '책 읽는 가정문화'를 생각해 본다. '독서는 기가지본(起家之本)'-맹자 학문 편-이란 말처럼 독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 최근 들어 독서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데다 어두운 소식이 자꾸 늘어가는데 가정의 달에도 너무 소비성 중심의 행사가 많은 것 같다.

여러 해 전에 전문가들과 일본 독서문화여행을 간 적이 있다. 선진화된 그들의 독서문화공간을 다니던 중 비파문고(거실을 책사랑방으로 만든 가정문고)에 들어갔을 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30년을 넘게 운영하는 할머니가 자녀를 기르며 거실을 책사랑방으로 만들어 자기 자녀만 보게 한 것이 아니라 마을에 개방한 것이다. 또 마을 어머니들과 독서모임도 운영하여 일본이 도서관이 부족할 때 독서 저변 확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것을 일본의 가정문고운동이라고 하는데 1960년대에 일어나 1980년대에 절정을 이뤘다. 그 영향으로 공공도서관 건립과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어 독서선진국이 되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로 다른 환경요소도 있지만 이젠 옛 사랑방 문화를 일본처럼 해야 할 때다. 이런 일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개인에게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교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방법에서 몇 가지 짚어봐야 한다. 우선 책을 잘 선별하고 조금씩 갖춰가면서 앉아서도 손이 닿을 수 있는 높이가 좋다. 너무 높거나 많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그런 뒤 이웃에 개방해서 일본의 가정문고처럼 승화시키는 것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도 있는데 우리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사회안전망까지 만들어지니 얼마나 좋은가.

민관이 협력해서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간디의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란 말이 현실로 이뤄지는 것이니 마을이 천국이 되는 것이다. 서두를 때다.

계룡문고 대표·북스타트코리아 대전충남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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