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날에 만난 사람 - 박삼봉 대전고법원장·특허법원장

 법의 날을 맞아 만난 박삼봉 대전고등법원 겸 특허법원장은 '공명'과 '정의'를 거듭 강조하며 '열린 법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법의 날을 맞아 만난 박삼봉 대전고등법원 겸 특허법원장은 '공명'과 '정의'를 거듭 강조하며 '열린 법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대담=이용 사회부장

박삼봉 대전고등법원 겸 특허법원장의 집무실 벽 한 켠에는 '마그나 카르타(대헌장)'가 걸려 있다. 박삼봉 법원장은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된 마그나 카르타를 가리키며 '공명'과 '정의'를 거듭 강조했다. "법원과 법관이라는 영화에선 주연은 시민"이며 "법원과 법관은 분쟁의 당사자들이 관용의 정신으로 서로를 바라보도록 '매치 메이커(Match Maker)'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법정과 법관의 집무실까지도 시민에게 내보이는 등 전례 없이 다채롭고 풍성한 '법의 날' 행사를 통해 '열려 있는 법원'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박삼봉 법원장에게 시대 환경에 부응하는 법원의 역할 및 법관의 자세와 대전고법의 운영 철학을 들어 봤다.

-법의 날을 맞아 모의 법정이나 법관 집무실 개방 등 시민 참여 행사가 전례 없이 다채롭게 진행된다. 특별한 배경이 있어 보이는데.

"시민들에게 법원은 분쟁이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들르는 곳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법원이 분쟁 해결에만 전념할 경우 법과 법원은 추상적인 대상과 공간이 될 수 밖에 없다.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법의 필요성을 체득할 때 준법 의식과 문화가 발전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분쟁의 당사자가 아닌 객관적 입장에서 법 생활과 관련된 경험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법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집행되는 법원에서 모의 재판 등을 지켜보며 분쟁 해결 과정을 통해 대화와 설득, 수용과 이해라는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법원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 법원은 항상 열려 있었지만 사회구성원에겐 '그들 만의 리그'처럼 비치는 문제를 풀려면 법원은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시대 흐름과 사회 구성원의 욕구 변화가 매우 빠르다. 시대 환경에 맞는 법원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가 언급할 처지가 되는 지 조심스럽다. 시대 환경과 시민 의식이 해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법원과 법관도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재판에 임하는 법원과 법관의 마음가짐에서 절대로 변하면 안되는 것이 있다. 그 것은 '공평'과 '정의'이다. 법관은 저울추를 공평하게 달고 자신이 만든 기준을 계속 지켜가야 한다. 한결 같이 마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가져올 수 있고 이 신뢰는 또 다시 법관 자신의 믿음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상호 신뢰가 스스로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가져오고 그 공동체가 만들어 낸 법 등 규칙에 대한 믿음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서로가 책임을 얻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새 정부 들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법 행정'이 강조된다. 이를 위한 법원의 역할과 법관의 자세는 무엇인가.

"항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감이 필요하다. 각 기관이 제 몫을 충분히 발휘하면 눈높이에 맞는 법 행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법관의 역할은 분쟁 당사자를 상대로 대화를 유도하고 관용의 정신으로 서로를 바라보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건을 해결하러 오는 당사자들을 고객으로 바라보며 상호 대화를 이끌어 내도록 매치 메이커(Match Maker)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법관 스스로 평소 생활에서 대화와 관용의 삶이 보장돼야 직무 과정에서도 일치된 태도를 보이고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인권 보호는 법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다. 인권을 위한 법원의 책무는.

"인권 보호가 법의 지배의 기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제 사무실에 보면 '마그나 카르타'(대헌장)가 걸려 있다. 이는 법의 지배에 대한 상징이다. 법이 자의적 지배가 아니라 약속과 문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마그나카르타에 담겨 있다. 여기에서 인권도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주인의식과 자존감을 증진시키는 공동체가 바람직한 것이며 이것이 충돌할 때 교통정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취임 한 달을 맞고 있다. 대전고법 운영의 철학과 방점을 두는 부분은.

"지역사회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대내외적으로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역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다른 분야의 리더들이나 여러 기관과 늘 협조하는 자세로 임하고자 한다, '좋은 리더는 사실 좋은 팔로어'이어야 한다는 말처럼 섬기는 마음과 돕는 마음으로 구성원들이 무장해서 나아갔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누군가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가장 중요한 상은 사실 여우 조연상이라고 했다. 자신이 해야 할 모든 표정이나 대상을 잘 지켜야 하지만 감독의 말에 가장 많이 따라야 하는 것이 조연이며 조연이 절대 해서 안되는 일은 주연의 존재감을 망치는 일이라는 얘기다. 법원과 법관에서 주연은 시민이다. 주연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런 점에서 고등법원과 지역 사회와의 새로운 소통도 기대되는데.

"법원이라는 기관은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데 있어서도 늘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기관 대 기관의 입장에서 소통을 할 때도 언제든지 각 기관들이 분쟁의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전일보가 마련한 '작은 음악회'는 평생 자신의 예술 세계를 가꿔온 훌륭한 화백을 기념하는 전시실에서 문화적 주제로 지역 사회 주요 기관들과 마음 편히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의미가 있고 감명 깊었다. 특허법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만큼 많은 과학기술인과도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도 무척이나 좋았다. 그와 같은 기회가 잇따르기를 기대한다."

-법의 날을 맞아 지역 시민과 대전일보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법은 인간을 편하게 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어진 것만 받아 들일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라 생각하고 우리가 다가 서서 붙잡으면 문제가 해결되고 친숙한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법원을 지켜보아 주시고 성원해 주시고 동참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

정리=백운희 기자 sudo@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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