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예술기행- 장승업
그는 놀라운 기량, 넘치는 고상한 운치, 왕성한 창작력으로 금방 유명해졌다. 전생의 화가처럼 샘솟는 영감을 기운찬 필력으로 쏟아내며 당시 화단의 주목을 끌었다. 그 명성은 궁중에도 알려져 고종의 어명에 의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일체의 세속적인 관습에 구애받지 않으려 했다. 그의 예술과 예술의 영감을 북돋아주는 것은 술이었다. 그는 그림을 구하는 사람들의 사랑방과 술집을 전전하며 뜬구름 같은 일생을 보내다 54살에 생을 마쳤다. 조선 화단의 3대 거장(안견·김홍도)으로 불린다.
그의 작품은 짜임새 있는 구성, 개방된 공간, 힘차고 능숙한 필법, 강렬한 묵법, 섬세한 색칠의 뚜렷한 대조, 화면 전체에 넘치는 생동감 등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 사의적 측면보다 기교적인 형태 표현에 치중했다. 인물묘사와 영모, 화훼, 절지 등 모든 회화분야에서 당대를 대표하는 양식을 확립했다. 그의 재능은 당대 제일의 신품 화가로 칭찬받았다. 그의 회화는 조선말기의 회화사를 풍성하게 살찌웠고, 우리 민족사의 어두웠던 한 시기를 정신적, 예술적으로 환하게 밝힌 빛이었다.
호취도(豪鷲圖, 종이에 담채, 135.5㎝×55㎝, 1880 )는 영모화에 있어서 그의 재능과 필묵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목에 앉아 있는 두 마리의 매를 그렸는데, 매의 매서운 눈매와 날카로운 발톱 등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하여 마치 살아 있는 매를 보는 듯하다. 또한 고목은 진한 먹을 써 힘차게, 꽃과 풀 등은 연하고 가냘프게 표현하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상에 따라 짙고 옅게 먹을 다루는 그의 솜씨가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매 그림 중에서 가장 완벽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언뜻 보아서는 호방한 필치로 일시에 그린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매의 깃털 하나부터 나뭇결 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매서운 매의 눈초리와 날렵한 몸짓이 화가가 얼마나 많은 정열을 쏟아 부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현광덕 미술교육가·조각가·대전세천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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