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우 증산도 교육위원

최근 일본에서 훔쳐온 불상 두 점에 대한 처리 문제가 국민의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통일신라시대 동조여래입상과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우리나라 사람이 국내로 몰래 훔쳐 들여온 것인데, 이를 일본에 돌려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꽤나 미묘한 문제다. 우리 문화재를 잘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돌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 간의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맞서고 있다. 사법당국은 일본으로 건너간 사연이 밝혀지기 전까지 반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렇게 판결한 이유는 명백하다. 일본이 약탈해 갔을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분명하다면 돌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 불상들에 관한 논란의 핵심은 그 불상들이 대마도에서 왔다는 데 있다. 그것들이 일본 본토에서 온 것이 아니라 대마도에 원래 있었던 것이라면 일본이 약탈해 간 것이 아닌 게 된다. 왜냐하면 대마도는 원래 우리의 영토였기 때문이다. 대마도가 우리 땅이었다는 사실은 국내외 고지도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자료가 있지만 조선 중종 때 찬수관을 지낸 일십당 이맥이 쓴 '태백일사'의 '고구려국본기'를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대마도는 원래는 임나(任那)라고 하였는데, 임나가 '좌호가라', '인위가라', '계지가라'라는 '삼가라(三加羅, 가라는 중심이 되는 읍의 이름)'로 나누어진 후 이들은 각기 신라, 고구려, 백제의 통치를 받았으며 나중에 광개토태왕 때에 모두 고구려 땅으로 복속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제국주의 사학자들은 자기네들의 정사라고 하는 '일본서기'에서 '신공황후가 삼한을 정벌하였다'는 기록을 근거로 고대에 일본이 200년간 한반도의 남부를 지배하였다는 소위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환단고기'나 '태백일사'의 기록대로라면 우리 사서 어디에도 안 나오는 이 해괴한 임나일본부는 한반도의 남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대마도에 있었던 것이 된다. 임나는 대마도를 말하는 것이고, 일본이 삼한을 정벌하였다는 것은 '삼가라'를 정벌하였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서기는 임나가 대마도라고 밝히는 것은 물론이요 한반도의 삼한과 대마도의 삼한을 구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서기에 기록된 임나일본부는 일본이 대마도를 정벌한 역사를 과대포장하여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식민지화했던 것으로 조작한 것에 지나지 않고, 그것은 곧 대마도는 원래 일본 땅이 아니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도 건국 후 줄곧 대마도 반환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대마도가 일본 땅으로 편입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닌 듯하다. 그러니 대마도에서 훔쳐왔다는 불상 두 점은 일본이 약탈해 간 것이 아니고 원래 우리 땅 대마도에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대마도를 약탈당했을 뿐이다.

그러면 답은 명확하다. 약탈 문화재가 아니므로 일본에 돌려주고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한 다음 이것을 전 세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는 대마도 반환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대국민 운동으로 전개하기에는 지식인들을 포함하여 국민 대다수의 역사의식이 너무나 빈약하다는 데 있다. 잘못된 역사를 배운 탓이 크다. 그러니 우선 역사광복운동을 먼저 시작하여야 한다. 이런 주장은 결코 국수주의적 발상이 아니다. 역사를 바르게 아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바르게 아는 것과 직결된다. 역사를 바르게 알 때 우리 조상들의 실체, 그들의 삶, 정신, 문화를 알 수 있게 되고 그로부터 잉태된 나의 존재를 바르게 자각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내 조상의 역사를 모른다는 것은 나를 모른다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잘못된 역사, 불의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바로잡는 것을 어째서 정의롭다고 할 수 있는가?

뿌리는 만물의 생명의 근원이다. 뿌리가 튼실하지 못하면 다 죽는다. 우리에게 뿌리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의 조상과 역사다. 뿌리가 말라버리면 나무가 죽듯이 역사를 잃어버리면 생존을 보장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단재 신채호 선생도 "나라 잃은 백성은 살 수 있어도 역사를 잃어버린 백성은 멸망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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