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일본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휴머니스트·400쪽·1만9000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인간 역사, 그 속에 자리한 문화의 다양성과 발전과정을 가장 잘 설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한반도의 문화역시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성장해 왔고 지금도 국경을 넘나들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은 중국과 더불어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건만, 전쟁과 식민이라는 역사의 어두운 단면은 양국의 역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싹 틔우는데 일조했다.

책은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교사들이 모여 7개 나라를 선정,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통사를 정리한 것으로 '처음 읽는 일본사'는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저자들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일본사를 서술함으로써 그동안 편견 속에 자리한 일본을 객관적이고도 사실적으로 파악하는데 길잡이가 되어준다. 더불어 거시적인 시각에서 일본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가깝지만 먼 이웃나라 일본의 진면목을 살피는데 주력한다.

일본은 고대 이래로 현재까지 외국 문화의 수용에 적극적이었고, 이를 자국 문화와 융합해 대륙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창조해내는 능력이 뛰어났다. 좋은 것은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든다는 뜻의 '이이토고토리(良いとこ取り)' 정신과 조화와 단합을 중시하는 '와(和)' 정신은 개방성과 고유색이 공존하는 일본을 설명하는 중요한 갈래다. 더 나아가 일본은 자신들의 사상과 문물을 다른 나라에 전파하는 것에도 앞장섰는데, 에도바쿠후(江戶幕府)시기 도자기와 그림 등을 해외에 수출해 유럽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덴노(天皇), 무사, 상인 계급은 일본의 역사 발전에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쇼토쿠(聖德) 태자가 다이카(大化) 개신으로 왕권을 강화하는 것도 잠시, 무사들이 곳곳에서 바쿠후 시대를 열었고, 그 사이 등장한 상인 '조닌(町人)' 계층은 가부키(歌舞伎)와 우키요에(浮世繪, 목판화)를 유행시키며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킨다. 이후 메이지(明治)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앞장선 일본은 제국주의를 앞세워 동아시아 침략을 일삼고 제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오명을 뒤집어 쓰기에 이른다. 책은 일본의 문화 수용 형태의 반복적인 흐름에 주목한다. 일본은 외국 문물을 수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그 힘을 바탕으로 해외까지 세력을 확장하지만 쇠퇴하는 역사를 되풀이했다.

책은 더 나아가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분쟁 등 일본 제국주의의 산물들을 살펴봄과 동시에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고 평화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담아냄으로써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일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이끈다. 또 고대 한일관계를 언급할 때 한국의 문화 전파만을 강조, 고대 일본의 후진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오해와 편견의 색안경을 걷어낸 바람직한 역사관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성지현 기자 tweetyandy@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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