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월평동 '그냥 고깃집'

돼지고기 중 가장 맛있는 부위만을 쏙쏙 뽑아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린 가게가 생겨 눈길을 끌고 있다. 대전시 서구 월평동에 위치한 `그냥 고깃집`이 바로 그 곳. 이 집의 특징은 이것저것 특별한 가미를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고기 구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게 이름에 걸맞게 한마디로 정통 고기 맛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곳. 이 집에서 취급하는 부위는 뒷고기 모듬(뽈살, 턱밑살, 목뒷살, 항정살), 갈매기살 등.

항정살은 살코기 사이에 촘촘히 박혀있는 마블링 때문에 마치 쇠고기 차돌박이와 같은 맛이 난다. `정육점 주인들도 팔지 않고 감춰두었다가 먹는다`해서 `뒷고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갈매기살은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 숯불에 살짝 구워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 잘 익은 항정살, 갈매기살을 맨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씹는 순간 고기에서 달착지근한 육즙이 입안을 싹 적시며 부드럽고 쫄깃한 육질이 혀끝에 그대로 느껴진다. 항정살은 `아삭아삭` 소리가 날 정도로 쫄깃하고 맛있다. 돼지고기면서도 지방이 전혀 없는 갈매기살은 쇠고기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고소한 맛이 더 좋다. 볼살과 턱밑살도 감칠맛 나도록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단연 최고다. 한우육회도 싱싱하면서도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입안을 감도는 생살의 느낌은 구이와는 또 다른 매력, 씹을 때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짜릿함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마니아들만의 특별한 맛이다.

고깃집에서 고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함께 나오는 반찬이다. 이곳의 밑반찬은 가짓수는 많지 않다. 그러나 하나하나 잘 살펴보면 실속으로 승부한다. 부추무침, 무 슬라이스는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부드럽고 쫄깃한 고기의 담백한 맛과 채소의 상큼한 맛이 어우러져 금상첨화다. 돼지머리 고기를 넣은 김칫국은 국물을 한 번 맛보면 얼큰하고 구수한 맛에 반하게 된다.

고기를 먹고도 식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식객이 있다면 푸짐한 잔치국수나 비빔소면을 권하고 싶다. 잔치국수는 표고버섯, 다시마, 마른 멸치를 이용해 육수를 내고 청양고추를 가미했기 때문에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비빔소면 역시 배가 불러도 한 그릇을 후딱 비울 정도로 맛이 좋다.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어도 일품이다.

김영호(36) 대표는 9년 경력의 한식 조리사이면서 또한 고기 손질의 전문가다. 모든 가게 음식을 직접 만들고 나오는 고기도 직접 살을 발라 손님상에 내놓는다. 수많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자연히 어떻게 고기를 자르고 구워야 최상의 맛을 내는지 체득하게 됐다. 간간이 손님들에게 고기 부위 설명과 구이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김 대표는 "직접 손으로 정성껏 손질하고 만든 음식을 손님들이 즐기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며 "정량 제공을 원칙으로 손님들에게 정직하게 다가가는 `착한 가게` 이미지를 끊임없이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뒷고기(150g) 6000원 △갈매기살(150g 8000원 △한우육회(150g) 1만5000원 △잔치국수 3000원 △비빔소면 3500원 영업시간. 오후 4시-새벽 2시. ☎010(8242)0436(※서구 월평1동 1021번지 1층)

글·사진 이지형 기자 ljh8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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