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제의 허브를 가다-시크마

 시크마 조명호 대표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윤평호 기자
시크마 조명호 대표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윤평호 기자
절제된 연기와 탁월한 기량으로 복귀 뒤 다시 한번 세계를 평정한 피겨 여제 김연아 선수. 김 선수의 고군분투를 전하는 소식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사진이 있다. 김 선수가 등에 여러 개의 가는 밴드를 길게 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멋으로 붙인 것이 아니다. 스포츠 과학에서 말하는 일명 '테이핑'이다. 테이핑이란 운동 경기 중 부상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선수의 관절, 근육, 인대 등에 테이프를 감는 것을 뜻한다. 부상을 막을 뿐만 아니라 통증을 예방하고 피로를 덜 느껴 운동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김 선수 뿐만 아니라 농구나 배구, 축구 등 거의 모든 종목 스포츠 선수들이 착용하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의 테이핑이 보편화되면서 여가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도 애용하고 있다.

거추장스럽게 밴드를 붙여 테이핑 하지 않고도 테이핑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창의적인 발상을 실행에 옮긴 사람이 있다. 시크마(천안시 신방동)의 조명호(47) 대표이다. 대학에서 스포츠 생리학을 전공한 조 대표는 전직을 거쳐 의류봉제 업체를 운영하게 됐다. 신제품 개발에 골몰하다가 기능성 의류 시장에 눈을 떴다. 이미 포화상태인 아웃도어 시장이 아니라 본인의 장기를 살려 테이핑 요법을 의류에 접목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테이핑을 입는다'는 발상이다.

브랜드 명칭은 '시크마'로 결정했다. 시크마는 로마 시대 가로수로 심어진 뽕나무로 피로가 회복돼 축복을 받는다는 뜻의 히브리어이다. 시크마 제품을 착용해 운동 능력이 향상되고 부상으로부터 자유를 누리게 해 달라는 바람을 담았다.

기성 제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테이핑 효과를 가미한 유럽과 호주 등 수입산 의류 제품들이 시장을 평정하고 있었다. 외산 제품들은 단점이 있었다. 대량 생산으로 질감이 떨어지고 착용 후 시간이 지나면 몸과 옷이 일치하지 않는 이질감이 발생했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 2009년 시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지인들을 통해 역도나 사이클 등 국가 대표 선수들에게 시제품을 보냈다. 선수들 반응은 대만족이었다. 테이핑을 하지 않고 입는 것만으로 테이핑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에 한번 착용한 선수들의 주문이 쇄도했다. 운동으로 땀이 나면 몸과 일치하지 않는 외산 제품의 단점도 보완해 선수들은 시크마의 마니아가 됐다.

당장 출시해도 경쟁력이 있었지만 조 대표는 한번 더 검증 기회를 가졌다. 단국대 등 스포츠 생리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 테이핑 효과를 가미한 시크마의 기능성 바지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진들은 처음에 반신반의했다. 연구 결과 시크마 제품의 탁월한 테이핑 효과가 입증됐다.

연구진도 놀랐다. 연구진이 작성한 '기능성 바지의 착용이 스노보드 선수와 일반여성의 감각조절 및 운동조절 기능에 미치는 효과'라는 논문은 2010년 한국체육교육학회지에 정식 등재됐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신체활용시 여러 번 떼었다 붙어야 하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테이핑의 단점을 보완 간단한 착용으로 선수의 경기력 향상 및 부상 예방에 많은 기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진이 작성한 2011년 논문에는 시크마 제품의 착용은 최대 유산소성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고 운동에 따른 피로도 및 근통증을 낮추는데 공헌한다고 나와 있다.

기술 도용을 막기 위해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 제조방법의 특허를 출원했다. 4건의 상표등록과 5건의 디자인등록을 마친 뒤 2012년 3월 제품을 시장에 내 놓았다. 제품 구상에서 출시까지 3년여가 걸렸다. 튜브스타킹과 발목스타킹, 바지와 팬츠, 러닝셔츠 등 7종을 생산 시크마는 지난해 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홈쇼핑 입점 제의가 잇따랐지만 높은 수수료 탓에 거부하고 자체 판매망을 구축 달성한 매출이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이는 어려운 선택이다.

조 대표는 "기계공정을 통해 대량생산되는 외산 제품들과 달리 시크마의 기능성 의류는 기술자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며 "특수천을 사용해 피부 트러블이 없고 발습 기능으로 운동시 땀이 나도 제품이 겉돌지 않는 장점을 지녀 많은 분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대표가 개발한 시크마 제품의 원단인 라이크라는 형태가 잘 변하지 않으며 운동효과를 향상시키고 내구력이 개선돼 근육의 수축, 이완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전문 기술자들의 수제 가공으로 허용오차도 0.5㎜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기록 향상을 위해 기능성 의류에 민감한 철인 3종 이지현 선수를 비롯해 여러 스타급 운동 선수들이 시크마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테이핑 효과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시크마는 올해 매출 목표를 15억 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신장한 규모이다. 레저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확장된 기능성 의류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으로 제품 다각화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용품 박람회에 참석해 호평을 받았다. 첫 번째 목표는 유럽으로 설정했다. 유럽 시장을 선점하면 미주시장 진출은 수월하다고 판단했다. 시크마 제품의 탁월성을 외국 바이어들에게 알리기 위해 연구자들에게 관련 연구도 의뢰했다. 시크마 제품의 착용 효과가 입증된 논문이 내년에 유럽과 미국의 스포츠 학회에 등재되면 이를 토대로 제품을 홍보해 해외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조 대표는 "테이핑을 입는다는 융·복합적 발상으로 시크마가 탄생했다"며 "계속적인 기술개발로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평호 기자 news-yp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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