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음악이야기]

영화 `여인의 향기, Scemt of a Woman 1992`의 주제곡 카를로스 가르델의 `간발의 차이 Por una Cabeza`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근한 대중적인 탱고음악이다. 지금은 탱고음악이 춤을 추기 위한 반주가 아닌 감상을 위한 작품으로도 널리 즐겨 듣고 있지만, 19세기 후반의 탱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의 이방인, 그리고 하층민이 추었던 춤에 불과했다. 그때 당시의 탱고는 동작이 크고 회전이 많으며 현란하고 에로틱하였다. 지친 부두의 노동자, 뿌리 없는 유랑자들은 술 한잔을 시키고 거리의 탱고를 바라보며 시름을 달래었다. 그들의 정열적인 탱고의 내면에는 삶의 애환이 담겨있었다.

20세기에 와서는 거리의 이방인, 하층민들이 추던 투박한 춤곡이 아닌, 몸을 밀착시킨 세련된 동작과 더욱 예술적인 선을 그려내는 관능적인 탱고로 발전하게 된다. 탱고의 기본 파소(Paso)는 여덟 걸음이다. 탱고의 여덟 걸음에는 모든 걸음을 밟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다. 다른 댄스에는 기본 스텝을 모두 밟고서야 다른 동작으로 이어지지만, 탱고는 첫 걸음을 뗀 뒤에 나머지 걸음을 생략하고 곧바로 다른 동작으로 옮겨도 무방하다. 스텝이 엉키면 엉키는 대로, 실수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이어서 어떻게든 동작을 이어가는 즉흥성이 강한 춤이다.

탱고의 여덟 걸음에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인생에 있어서 큰 실수를 하더라도 우리는 곧바로 실수를 교정하지 않고 선회하여 또 다른 삶을 살아가지 않던가. 이러한 탱고의 스텝은 음악에서도 엇박의 악센트, 강한 느낌의 싱코페이션(당김음)으로 표현된다. 탱고의 정열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 새로운 세계를 연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antaleon Piazzolla, 1921-1992)는 아르헨티나에서 대중적으로 즐겨 추던 탱고를 `연주를 위한 음악`으로 만들었다. 그에게 탱고란 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귀를 위한 것이었다. 전통적인 탱고에 재즈와 클래식 음악의 요소를 도입하여 누에보 탱고, 즉 새로운 탱고의 새로운 음악세계를 펼쳐나갔다. 피아졸라는 반도네온 연주자로 음악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미 10대부터 그는 반도네온의 신동이었으며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작곡가 알베르토 히나스테라로부터 클래식 작곡법, 화성학 등을 배웠다. 프랑스 여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나디아 불랑제 역시 피아졸라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때부터 춤의 반주음악에 불과한 탱고를 독립시켜 1960년, 탱고 5중주단을 결성하여 연주 작품으로서 탱고를 만들어낸다.

이상철 순수예술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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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토르 피아졸라
아스토르 피아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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