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구 개인전 대전모리스갤러리 내달 3일까지

  이민구作 '소우주(Microcosmos)'
이민구作 '소우주(Microcosmos)'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거미줄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작가가 있다. 이른바 '거미줄 작가'로 불리는 이민구 작가가 '소우주(microcosmos)'라는 주제로 한 17번째 개인전을 28일부터 4월 3일까지 대전모리스 갤러리에서 연다.

'거미줄 작가'라는 수식어를 들었을 때 거미줄을 그리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작품 속 거미줄은 그가 자연에서 직접 채집한 것이다. 작품의 일관된 제목인 소우주(microcosmos)는, 대우주와 대응되는 형이상학적인 개념으로 인간이 우주의 축소판이라는 의미이다. 작가는 중심으로부터 소용돌이 모양으로 넓게 펼쳐 있는 거미줄을 보면서 우주 이미지를 떠올렸고, 그 속에 우주 전체의 모습이 내재되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그 무엇보다 작가 자신을 대변해 주는 그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의 배경색으로 단청색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색사용은 어린시절 산 속 사찰을 자주 찾았던 것과 기와집에서 거주했던 경험의 영향이 크다. 그래서 그는 원색보다는 약간 퇴색된 듯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색을 선호한다. 간혹 배경에는 기와집에서 볼 수 있는 전통 문양인 떡살무늬도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환경은 자연 속에서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문화들을 흡수하게끔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이 밖에도 그의 작품에서는 또 다른 동양화적 요소도 볼 수 있다. 선을 살리는 동양화적 기법으로 단청색 위주로 쓰인 소품 작업 곳곳엔 무수한 선들이 있다. 배경을 붓질 없이 손으로 물감을 펴 바르고 그 위에 물감을 짜는 행위로 선을 살린다. 그 후 칼로 또다시 선을 그어 빛과 속도감을 표현하였다. 그 선들은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과 아우라를 갖고 있다.

특히 소우주시리즈 중에 격자무늬 작품의 경우, 검은 바탕 위의 은색 거미줄과 흰색 바탕 위의 검은색 거미줄이 교차하며 강렬한 색의 대비효과를 만들어내고 선과 여백의 미가 강조되어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 준다. 군더더기 없이 덜어내고자 한 간결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의 철학이 집약된 거미줄을 소재로 형상화한 소우주에서 우리는 복잡한 사람간의 관계, 사회, 우주를 연상하게 된다. 이렇듯 작가의 철학을 거미줄에 안착시킨 것처럼 우리들 또한 각자의 삶과 생각들을 대입해 보는 것도 작가의 작품의 심도를 가늠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한 감상법이 될 것이다. 목원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이민구 작가는 지금까지 17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2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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