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띤 야간자율학습'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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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이반, 스카이반…. 우리는 에어컨도 제대로 틀어주지 않는 교실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하는데,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을 배정받는 등 따로 특별 관리를 받아요. 학교 내에서도 차별 받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듭니다."

대전 지역 A고교 2학년 최모군은 "야자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없을 뿐 더러 상위권 학생들과 '야자' 환경마저 차별되니 공부 할 의욕이 뚝 떨어진다"며 "당직교사도 한 두 명에 불과한데 몇 백 명이 넘는 학생을 어떻게 제대로 감독한다고 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야간자율학습의 주체인 고등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 김지철 교육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충남 지역 일반계고 고2 학생(719명) 및 학부모(522명)의 야간학습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야간학습에 만족하는 학생은 19.5%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학생 88.2%, 학부모 85.1%가 말 그대로 '자율적'인 야간학습을 원하고 있으며, 전원이 참여하는 방식에 대해 학생의 2.5%, 학부모의 7.4% 만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학생의 절반 이상 (59.8%)이 야자는 사교육비 경감에 효과가 없으며, 야자가 탈선을 예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8.2%에 불과했다. 또한 학부모중 19.8%가 '야자'가 변화하는 대학입시 대비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반면 이보다 훨씬 많은 학부모들(45.5%)은 별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을 강조하는 창의 교육 시대에 학교가 학생을 마냥 붙잡아 놓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학력신장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전문가들은 야간자율학습의 참여 여부를 학생과 학부모의 자율권에 철저히 맡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야자'를 원하는 학생에게는 교실을 내어주되, 원치 않는 학생은 본인 의지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안동수 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처장은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 희망동의서를 받지만 이는 형식적이며, 예체능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이 '야자'에서 빠지려면 담임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너무 '야자'를 강요하다 보면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등을 할 수 없게 되니 현재의 교육과정과도 동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야자' 실시 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 학교장은 야간자율학습에 대해 '학부모의 동의를 거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야자' 실시 여부는 전체 학부모의 10분의 1도 참여하지 않는 학기 초 학부모회의를 토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한 교육전문가는 "학기 초마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전체 학생과 학부모들이 야자 참여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장과 일선교사 등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교 관리자는 '야자'참여 인원이 곧 그 학교의 성적으로 여긴다. 인원이 다른 학교보다 적으면 '불명예' 라고 생각한다는 것. 따라서 관리자는 담임교사에게 학급 학생 전원이 참여하도록 압박하고, 담임 교사는 타 학급과 비교되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참여를 강요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야간자률학습에 대해 교육청과 학교, 교사가 학습도우미로서 소득계층별, 지역별, 학생의 학업성취도별 맞춤형 학습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 김지철 교육위원은 "자발적 야간학습 참여자를 위해서는 쾌적한 학습 환경과 면학분위기를 유지하고, 또 야간학습과 더불어 EBS 방송 및 인터넷 강의 시청, 특기 적성 계발 활동 등 다양한 학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는 "한창 성장하는 고등학생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문화체험과 운동 등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라며 "대학입시 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3년 동안 매일같이 12-14시간씩 공부만 시키는 것은 학업에 대한 의욕이 상실되고 우울증 까지 불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학생들이 정해진 학업 시간에 최선과 집중을 다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율적으로 원하는 활동을 하게끔 한다면 오히려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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