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안(1965~)

찔레가시덤불 속 어둡다

이마에 가시가 찔린

뱀이 허물을 벗는다

눈동자에서

허물이 떨어질 때

뱀이 처절하게 아가리를 벌린다

저, 감옥 같은 그늘 속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

마디마디 허물이

벗겨질 때

깊이 새겨져 있던

화려한 무늬가 다시 살아난다

지울 수 없는 죄로

신음하는 소리

저렇게 고요할 것이다

목욕을 하면서 사람도 허물을 벗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꺼번에 벗겨진 나를 보는 기분은 어떨까? 잡념들을 굴리다가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그런데 몸보다 더 허물을 벗고 싶어 하는 것은 마음이다. 생각을 해보면 '찔레가시덤불 속' 같은 세상에서 혼자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저지른 죄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들은 마음속에 세월과 함께 차곡차곡 쌓여 있다.

사람들은 삶을 옥죄는 죄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때로 '처절하게' 반성한다. 그런데 반성은 미래에 대한 다짐일 뿐, 결코 과거의 죄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종교의 힘을 빌린다. 참회의 기도나, 고백성사, 참선과 같은 것들이 모두 죄의 허물을 벗기 위한 방법들일 것이다. 이런 수행들은 기본적으로 '감옥 같은'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욕망이 있는 이상 거기 죄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망은 인간에게 '지울 수 없는' '무늬'로 새겨져 있는 것, 자신을 모두 버리지 않는 이상은 누구도 그 '화려한 무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누구도 죄에 대하여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 모두가 죄인인데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오늘도 누가 허물을 벗으려고 괴로워하는지 바람이 '신음하는 소리'를 내며 불어간다. 시인·한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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