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전도사를 찾아서] ②김순영 대전여성장애인연대 사무국장

최근 수년 사이 대전에서 발생한 지적 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지체 장애여성 보복 살인 사건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강력 범죄 앞에 취약한 여성 장애인의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장애인, 그 중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중적 제약에 놓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이기에 겪는 사회적 편견과 생활 속 불편함은 물론 성폭력과 가정폭력에까지 노출된 여성 장애인의 인권 향상과 자립 지원을 위해 출범한 곳이 바로 대전여성장애인연대이다.

김순영<사진> 대전여성장애인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2006년 연대 출범을 주도한 창립 멤버이자 조직에 없어서는 안될 `일꾼`이다. 전업 주부였던 그가 여성 장애인 연대에 몸을 담게 된 것은 이웃에 살던 여성 장애인의 성폭력 사건을 겪으면서다.

그는 "여성 장애인이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지 새삼 느끼면서 관심을 넓혀간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3만 명에 가까운 여성 장애인이 있음에도 대전에는 여성 장애인단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이에 구미경 대표 등과 함께 연대를 설립,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열악하다. 장애인 스스로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체계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적 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처럼 우여곡절 끝에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이뤄졌지만 정작 피해 여성은 근본적은 보호 대책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연대측이 어디까지 나서야 할 지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더욱이 작년 보복 살해 피해자의 경우 연대에서 이사로 활동하던 회원이어서 더욱 충격이 컸다. 협박 위협을 인지했음에도 민간 차원에서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었던 한계를 그는 여전히 안타까워했다.

연대는 지난 2011년 대전시의 지원을 받아 여성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회원들의 자립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립 교육, 자조 모임 활성화 등 의식 개선에 힘을 쏟는 중이다. 또 여성 장애인 가정을 대상으로 과외교사와 가사도우미를 무료로 파견하는 사업도 벌인다.

정회원과 후원회원 등 400여 명이 뭉친 연대가 여성 장애인들에게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지킴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연대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그만 두겠다는 공언이 언제 쯤 지켜질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이지만 "앞으로 장애인 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연대활동을 위한 후원 회원 확장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강한 포부를 보인다. 백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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