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와 소통없는 과학기술 섬(島)

대덕특구는 설립 30년을 넘기던 지난 2000년 대 초까지도 물리적으로 대전에 자리하고 있지만 화학적으로는 완전히 대전과 결합하지 못한 섬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후 10여 년 간 대덕특구 사람은 대전 속으로, 또 대전 시민은 대덕특구 종사자나 거주민으로 섞여갔지만 대전과 대덕특구 사이의 시각차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과학도시 대전' 위한 대전과 대덕특구=대전과 대덕특구의 교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둘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는 섬이라는 말이 여전히 심심치 않게 쓰인다.

대전시는 이런 지적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팔을 걷고 '은퇴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사업'에 나섰다. 과학기술닥터제와 과학기술전문위원제 등 대덕특구 내 정부 출연연을 은퇴한 과학기술인을 대덕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과 매칭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연구단지 은퇴 과학자는 현장에 근무하면서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해당 기업에 전수하는 것이다. 재능 기부 식의 일차적인 수준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현재 대덕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경력 은퇴과학자 1500여 명 중 200 여 명이 참여를 희망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부 부처 및 대덕의 과학자들도 첫 시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올 해 성과에 따라 향후 확대여부도 결정할 것"이라며 "대전에서만 가능한 이런 시책을 통해 대전과 대덕특구의 교류가 부족하다는 지점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대전의 대표적인 과학축제 통합 개최 문제는 대덕특구와 대전의 대표적인 불협화음 사례로 꼽을 만하다. 국립중앙과학관이 매년 봄, 가을 개최하는 '사이언스 데이'와 대전시가 매년 가을 개최하는 '사이언스 페스티벌'를 준비하는데 각 연구원의 인력과 비용이 중복 투자되고 컨텐츠 마저 유사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해마다 제기됐다. 축제의 규모를 늘리는 대신 연 1회 통합 개최하자는 여론이 일었지만 결론을 짓지 못한 채 해마다 같은 논의만 되풀이 되고 있다.

◇연구단지 내부 소통부터=소통의 부족은 지자체 뿐 아니라 특구 내 기관 간, 또 연구원 내부에서도 문제가 된다. 자신의 연구 분야만 파고드는 연구분야의 특성상 다른 연구기관의 연구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구성과 발표 시점이 되서야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경우마저 발생하곤 한다. 최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융합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각종 학회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을 뿐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타 연구기관과의 교류의 장이 특구 내부에서도 마련되면 바람직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관련 학회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는 수준"이라며 "결국 아직까지는 개인의 관심이나 노력을 통해 연구중복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내부적으로도 불통은 지적된다. 연구직과 행정직 간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 때문이다. 행정직이라는 용어 자체를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기업이나 사기업에서는 관리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행정직이라는 표현을 고수하다 보니 종사자의 자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연구직도 행정직을 수직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연구직은 연구직대로 연구비 지원 및 평가를 위해 까다로운 서류 및 절차가 필요한 현재 연구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행정직에 대한 불만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연구직이 오랫동안 지적해 온 행정직의 전문성 부족은 행정직 종사자의 학위 취득 증가 등 노력이 이어지면서 다소 해결돼가는 분위기다.

대덕특구 관계자는 "자기 분야만 잘 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어져 온 'T자'형 이공계 교육이 연구단지에 뿌리 깊은 불통의 문제를 낳게 된 토양일 수 있다"며 "갈수록 소통과 융합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단시간 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최근 거론되는 문·이과 통합 논의처럼 근본적인 개선 방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pen@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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