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문화 곳곳 충돌 학교폭력 등 문제 속출

■ 글 싣는 순서

上 환경 급변 위기의 학생들

中 아직은 막연한 인성교육

下 공립형 대안학교 시급

세종교육의 최종 교육목표는 인성과 학력을 겸비한 미래 인재 육성이다. 최첨단 교육자재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환경 조성으로 우수한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틀은 제시됐지만 인성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예정지역(신도시) 신설학교에서 이주민과 원주민 학생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은 이전과 양상이 다르다. 명품 교육도시 건설을 위한 인성교육 및 공립 대안교육기관 필요성에 대해 살펴본다.

#1. 세종시 예정지역(신도시) A 중학교에 재직 중인 모 교사는 새 학기가 두렵다. 우수한 학생이 대거 몰려 학력 상승은 기대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지역에서 전입한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는 만만치 않다. 과거에는 `농촌`인 충남지역 정서를 반영해 지도해도 충분했지만 새 학기마다 벌어지는 과거 연기군 학생과 수도권 학생 간 기싸움은 교사가 관여할 수 없는 그들만의 영역이다. 또래 집단이 따로 구성돼 한 교실 내 이질적인 문화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겨날 수 있다. 지난해 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 발생해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교사들에게 생활지도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 모 중학교 김 모 군은 최근 스스로 학업을 포기했다. 학교에서 `일진`으로 통했던 김 군은 부모 이혼으로 시작된 불행을 일탈로 해결했다. 그렇지만 교복은 절대 벗고 싶지 않았다. 학교를 그만두기 전 기술을 배워 학업의 꿈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받아주는 교육기관은 없었다. 4주 가량 Wee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을 받았지만 앞길을 찾기엔 역부족이었다. 세종교육 출범 후 최첨단 스마트 교육 시스템, 특성화된 학교 등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에 김 군의 학업 포기를 막아줄 수 있는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지난해 출범한 세종교육이 최첨단 교육환경 조성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예정지역 내 학생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마트 학교, 특목고 등 차별·특성화에 성공했지만 교육계의 핵심과제로 떠오른 인성교육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전국 교육청마다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 학업 부적응 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세종교육은 일시적 행사성 위주의 대책만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정부세종청사 개청으로 학생 유입이 급증하면서 원주민 학생과 전입 학생 사이에 성장 배경이나 가치관 등의 차이로 갖가지 갈등 발생 소지가 커졌다. 지난해 신설된 예정지역 내 한 학교에서는 4건의 학교폭력이 발생해 학부모 간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세종지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건수는 40여 건에 달했다.

학생들 사이의 학력 격차로 인한 갈등과 이질감, 적성·진로 교육 인프라 부족, 검증되지 않은 교육수준 등 세종교육의 현안은 많다. 무엇보다 인성교육과 진로체험을 병행할 수 있는 공립형 대안교육시설이 신설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시 교육청 인성교육과 오종근 과장은 "학생들의 인성함양을 세종교육의 주요 교육이념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대안교육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라며 "Wee스쿨 등 공립형 대안교육시설 신설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호 기자 bigtiger@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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