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젊은 예술가들 - 희곡작가 정미진

시인을 꿈꾸던 문학소녀는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대사를 주고받는 배우들의 모습에 매료돼 희곡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써 신춘문예에 등단한 뒤 남편을 따라 대전으로 온 지 어느 덧 3년. 대전 연극계에서 명실상부 스타 작가로 떠오르고 있는 정미진(36·사진)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항아리의 꿈'으로 등단한 작가는 2008년 서울 '플레이 앤 액션가면' 극단에서 공모한 공모전에 '날아라 병아리'란 작품으로 수상을 하고 이어 2009년 해양문화재단 해양문학상에 '뱃놀이 가잔다', 2011년 대전희곡공모에서 '야구잠바에 소매박기'로 각각 수상하면서 자신의 창작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작가는 '엄마의 다락방', '지상최고의 만찬' 등의 작품을 통해 소외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물론 올해도 이 같은 창작활동은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대전극단 나무시어터에서 4월부터 새롭게 창작한 '곰팡이'를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또 하반기까지 대전만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창작해서 극단 셰익스피어와 함께 공연할 예정이고요. 또 올해는 대전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문화예술공모사업 '예술창작지원' 분야에 선정돼 창작희곡집을 발행하게 됐습니다. 희곡집에 5,6편의 작품이 들어가니 쉴 틈 없이 글을 써야 할 것 같네요."

대전에서 활동한 지 3년이 지난 작가가 생각하는 대전연극계의 가장 필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극단만의 대표작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 대학로에 즐비한 극장들처럼 극장이름을 대면 떠오르는 대표작이 있어야 꾸준히 연극을 보러 관객들이 몰려들고 그런 과정 속에서 연극계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작가는 믿는다.

"대전은 작가들이 어렵게 창작한 작품들이 초연으로 그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한번 공연하고 서랍 속에 평생 묻혀야 하는 작품들이 태반이기 때문에 작가 입장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죠. 하지만 작가가 치열한 노력 끝에 좋은 희곡을 완성했다면 그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사명감으로 극단이 장기적으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면 처음에는 손해가 될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연극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제가 쓴 '뱃놀이 가잔다'를 장기적으로 공연하기로 방침을 세운 극단 나무시어터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대중들이 원하는 작품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정미진 작가. 그는 앞으로는 사회적인 문제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갖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도 사회적인 문제에 있어 지극히 관심이 없는 편이었죠. 그런데 작년에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사회적인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구잠바에 소매박기'는 이런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반성과 위로를 담은 작품이었는데 앞으로도 작가의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견지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희곡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꾸준하게 습작을 하는 노력만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등단을 해도 등단 작품이 마지막인 작가들이 많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쓰느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저도 등단하기 전까지 아침에 커피숍에서 하루도 빠짐 없이 글을 썼습니다. 결국 저는 습작의 숫자가 그 사람이 작가가 되느냐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의 힘을 믿기 때문이죠." 최신웅 기자 grandtrust@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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