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unFACEful vol.2' 展 NUDA 내달 5일까지

 김지원作 'unfaceful'
김지원作 'unfaceful'
우리가 누구인지 외형적으로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는 누가 뭐라 해도 '얼굴'일 것이다. 얼굴이란 단어는 순우리말로 '얼'은 '선조의 얼이 깃든', '얼빠진 놈', '얼치기' 등에서 알 수 있듯 우리의 넋, 정신, 영혼을 뜻한다. 그리고 '굴'은 '골(骨), 꼴'의 변형으로 모양, 틀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얼굴'은 사람의 넋이 담긴 틀이자 정신의 통로이며 가시광선을 통해 눈앞에 드러난 영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얼굴을 통해 우리들은 개개인의 개성을 부여받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얼굴 이외에도 내·외적으로 많은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얼굴만큼 그 사람에 대한 개성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를 나타내는 얼굴에 일명 '선캡'을 씌운 사진들을 작품으로 내세운 전시회가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술사진 전문 갤러리 NUDA는 12일부터 4월 5일까지 김지원 작가의 두번째 개인전인 'unFACEful vol.2'展을 개최한다. 총 14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큐브형태의 전시와 선캡을 이용한 초상 인물사진 촬영을 통해 현대사회의 거대한 조직과 자본에 의해 수집되는 사람들의 외관(facade)을 의도적으로 감춘다. 이는 점점 퍼져가는 개개인의 몰개성에 대한 현대 사회에 대한 반발이자 작가 나름의 시위라고 할 수 있다.

흑백 사진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진모델들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과 풍경 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이들의 얼굴을 가린 선캡 하나만으로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은 특별한 의미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정확하게 꼬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기존 체제에 대한 하나의 저항적 이미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 이유는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 거대 조직의 부속으로 스며들어 이를 메마른 자본과 환치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적으로 얼굴을 팔고 싶어 안달 난 세상 속에서 이와같은 얼굴의 의도적인 은닉은 우리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조직과 자본의 유혹을 거부하는 선언과도 같은 효과를 나타내 이질적인 느낌을 감상자들에게 선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작가의 'Unfaceful'은 감상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욕망을 좇아 영혼을 팔아버린 비극의 주인공이 오로지 '파우스트'뿐이던가? 정녕 욕망을 부추기며 영혼의 거래를 유혹하는 이가 비단 '메피스토펠레스' 뿐인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팔아대고 누군가가 거둬들이는 우리들의 네모 반듯한 '얼굴'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건 우리들의 '영혼'일지도 모른다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현대사회 속에서의 익명성과 개성,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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