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꿈꾸는 자연' 展 Arts com.#46 27일까지

 김진희作 '꿈꾸는 자연'
김진희作 '꿈꾸는 자연'
각박한 현대 사회 속에서 도시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다름 아닌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지혜로운 방법 중 하나는 자연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회색빛 도시에서 벗어나 그림 같은 풍경과 맑은 공기, 그리고 느릿한 걸음으로 뭇 생명들과의 교감을 이루는 자연 안에서의 시간들은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다시 생을 이어갈 힘을 북돋아 주기에 충분하다.

자연을 통한 치유의 느낌을 미술 작품을 통해 대리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Arts com. #46(쌍리갤러리)이 이달 20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하는 김진희 작가의 두번째 개인전 '꿈꾸는 자연'展이 바로 그것. 작가는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주변의 자연을 돌아본다고 한다. 여리고 순수한 자연의 대상물인 나무와 꽃, 그리고 작은 동물들은 작가에게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에는 유독 우리 일상에서 친구 같은 존재들인 소소한 동물과 식물이 등장한다.

작품의 소재로서 구성되는 자연의 존재들은 자연만큼이나 소박하고 단아한 작가의 심성을 닮아있다. 장엄하고 위압적인 자연의 숭고미를 드러내지 않는 그녀의 자연은 쉽게 다가가 손을 내밀 수 있는 안식처이자 마치 작은 정원 같은 휴식을 안겨준다. 결코 동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은 자연 모티프들은 화면 전면에 개별적으로 배치됨으로써 각각의 대상이 갖는 존재적 울림을 강하게 전하고 있다.

느리고 정적이며 단순한 선의 형태미가 아크릴과 오일 파스텔로 만들어 낸 따뜻한 색과 어울려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포근하고 아늑한 정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가 작품의 소재로 삼는 자연의 대상은 소박할지 몰라도 그 존재가 갖는 정서적 소통은 깊고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사물에 대한 구체적 묘사나 역동적인 리듬감에서 오는 존재의 여운 보다는 대상과의 교감에서 오는 깊은 감응력을 전달하는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마음에 따라 작가 자신과는 또 다른 이야기와 생각들을 더해 더 많은 소통의 순간을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할 때 마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각박한 세상살이로부터 잠시라도 여유를 부여하며 사유의 기회를 작가는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녀의 질박한 대상과의 우애(友愛)는 작지만 소중한 삶의 지혜이자 안식과 평화를 가져오는 방법이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잠시라도 날 센 각을 낮추고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하는 치유의 힘을 얻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다. 작가는 매일 자신이 꾸려놓은 작은 쉼터에서 자신이 돌보는 대상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말을 화면에 옮겨 놓을 뿐이다. 그녀의 자연이 꿈꾸는 담박(淡泊)한 세계를 통해 우리의 심성이 순치되는 그 순간 우리도 어느 새 잃어버린 동화를 다시 꿈꿀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신웅 기자 grandtrust@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