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의 질 이끄는 과학, 공공복지안전연구

원천기술 연구를 통해 얻은 열매가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로 다가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원천기술 개발이라면 동시대에 그 성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인간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로부터 인간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과학적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은 인구급증과 고령화, 신체 장애, 자연 재해 등의 다양한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부터 `공공복지안전연구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공공복지연구 수요해결형·원천기술확보로=공공복지 안전연구는 공공의 복지와 안전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관련 기술 분야의 발전을 국가가 주도해 수행하는 기초 원천 연구개발이다.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민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는 `수요 해결형 기술개발`이면서 현재 시장경쟁에서 투자 우선순위가 낮지만, 향후 미래 성장가능성 및 산업적 후방효과가 기대되는 국가 발전형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이기도 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윤동진 박사 연구팀은 교과부와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공공복지안전연구개발 중장기 발전전략 기획연구` 보고서에서 향후 국내 공공복지안전 기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첫 번째로 지속가능한 연구수행 체제를 구축하고 해당 분야의 성장 가능성과 글로벌 이슈화를 대비해 기획 및 전략 전담기구 운영을 꼽았다. 안정적인 연구기반과 투자계획, 연구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두번째는 미래의 수요를 발굴하고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미래사회상을 기반으로 한국적인 공공복지 안전 원천기술의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과 분야 우수인력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

마지막은 현장 밀착형 R&D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장의 수요와 국가적 현안을 연구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피드백 시스템을 갖추고 산업수요 간의 기술적 결합, 재조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급식 식중독 현장에서 검출한다=교과부와 연구재단은 지난해 공공복지안전연구사업 분야의 3개 신규사업단을 선정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정봉현 박사 연구팀은 `단체 급식 식중독 유해인자의 현장 신속 검출을 위한 원천 기술 개발` 연구를 맡아 식중독 유해인자의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검증을 위한 초고속, 초고감도 분석 원천기술과 통합 모듈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식품으로부터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탈리시키는 기술과 미세유체회로를 이용한 효율적인 전처리 기술, 초소형 SPR 분석시스템, 등온, 실시간 PCR 기술을 적용한 식중독 유해인자 검출 KIT를 개발한다. 나노플라즈모닉 구조체와 나노 라만 기술 등을 이용해 극한의 민감도를 가진 식중독 유해인자를 검출하는 기술이다.

연구단은 5년 내 전처리 원천기술과 식중독 유해인자 SPR 검출 신호 증폭 원천기술, 비특이적 결합을 해결하기 위한 센서 표면처리기술, 다중 검지를 위한 다채널 SPR 시스템 개발, 현장실증 평가를 위한 통합 모듈 시스템 개발, 등온 PCR을 이용한 전기적 식중독 유해인자 검출 기술 개발 등은 실증 실험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폭우, 산사태도 실시간 예측 대응하는 원천기술=지난 2011년 서울 도심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는 순식간에 수많은 목숨을 빼앗고 이재민을 발생시키며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원천기술을 통해 이같은 갑작스러운 자연 재해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 KAIST 이승래 교수 연구팀은 기록적인 이상 기후 조건에서 유발될 수 있는 극한 강우 산사태 재해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대응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선 극한강우 산사태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의 유형과 피해를 분석해 경사면 등 지역별 산사태의 위험요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이를 지리정보시스템(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과 연동하게 된다.

산사태의 극한강우에 대비해 산사태 재해의 정량적인 평가 기준을 만드는 일도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토석류 발생을 예측한다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사태 및 토석류가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하고 이를 정량적인 기준으로 만들면 산사태 경보를 내릴 때 이 규준을 적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과학수사기술=첨단 IT 융합 기술을 이용해 한 단계 진화한 과학수사 기술을 갖게 된다면 더 효율적이면서도 신속한 수사가 가능해 질 것이다. 고려대학교 이상진 교수 연구팀은 `디지털 기반의 첨단 과학수사를 위한 요소기술 개발` 연구를 맡았다. 첨단 컴퓨터 분야가 급변하면서 전자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한 디지털 수사과정을 일컫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도 진화가 필요하다. 연구단은 영상분석 분야 연구를 통해 차량 장착용 저장장치에 대한 해석기술을 향상시키고 차량의 운행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또 심리생리지표를 표준화해 보다 정확한 차세대 한국형 허위진술 탐지기법도 개발한다.

디지털 포렌식분야에서는 다양한 IT 자원 탐지를 통해 이를 시각화하고 범죄관련 파일을 선별 수집,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다양한 파일 시스템의 메타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를 개발한다. 기존의 허위진술 탐지기가 단일 지표만을 통해 측정해야 했던 점을 개선한 한국형 통합허위진술 탐지기법도 개발하는데 수사기관의 실제 범죄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모의범죄 현장 구성 및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실험을 설계하는 등 다양한 비언어적 단서 행동까지 융합·표준화해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허위진술 탐지기술 개발에 나선다.

오정연 기자 pen@daejonilbo.com

※본 취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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