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젊은 예술가들 - 연극배우 김병규

 연극배우 김병규씨가 작년 12월에 공연한 창작극 '야구잠바에 소매박기'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연극배우 김병규씨가 작년 12월에 공연한 창작극 '야구잠바에 소매박기'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때론 인생에 있어 아주 작은 우연과 사건이 삶의 방향을 통째로 바꿔놓기도 한다. 14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았던 직장생활을 끝내고 한 순간에 연극의 매력 속으로 빠져 든 배우가 있다. 34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그리고 지역 극단이라는 힘든 여건 속에서 연극을 시작해 이제는 1년에 다섯 작품이 넘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대전 연극계의 주목받는 배우로 손꼽히고 있는 극단 `새벽`의 배우 김병규(38·사진)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9년, 처음으로 연극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5년이 넘게 각종 아르바이트와 건축현장, 식품제조 등에서 잔뼈가 굵던 그가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실 배우보다는 무대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태프들의 모습에 반해서였다.

"교회에서 극단 새벽의 한선덕 대표를 만나고 연극을 몇 번 구경하게 됐습니다. 그때 무대 위에 오르는 배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극을 만들어가는 숨은 일꾼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여 스태프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연치 않은 기회에 배역을 맡아 공연을 했고 연기의 맛을 알게 된 후 배우로 진로를 바꾸게 됐습니다."

그는 연극의 매력은 단연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연극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하지만 극중의 인물이 된다는 것은 매력이 큰 만큼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죠. 연습할 때마다 수많은 고민을 하지만 그 고민 자체가 연극만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 대전 연극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극단들 사이의 교류와 연극에 대한 시의 보다 적극적인 홍보라고 힘주어 말한다.

"제가 생각할 때 대전연극계의 가장 큰 문제는 극단들 사이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교류를 통해 서로 경쟁적이면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을 할 수 있는데 너무 자기가 속한 극단들 안에서만 침체돼 있는 분위기가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대전에서 연극이 공연된다는 것을 알리는 홍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대전시민들은 아직도 대전에 10여 곳의 소극장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시의 지원을 받아 2년 전에 많은 소극장이 만들어졌지만 이곳에서 연극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연극계는 언제나 힘들다고 하지만 올해도 그는 정신 없는 한해를 보낼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3월 뉴욕에서 한·미 문화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의자는 잘못 없다` 공연 준비에 정신이 없다.

"연극을 시작하고부터는 매해 정신이 없었지만 올해는 특히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지금 3월 뉴욕공연 준비 중이고 4월에는 극단 앙상블과 함께 눈사람 살인사건으로 대전연극제에 참가합니다. 이후 작년 전국연극제 금상 수상작인 `불나고 바람불고`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초청받아 공연하고 그 뒤에는 2013년 대전소극장연극축제 출품작인 `어느 혁명가의 죽음`이란 작품 준비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극을 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저도 연극을 시작 할 때 이것을 잘해서 큰 성공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연극이 좋아서 시작을 했습니다. 뭔가 엄청나게 큰 꿈을 그리는 것 보다는 하루하루 재미를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극계가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것을 자신이 먼저 버틸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신웅 기자 grandtrust@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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