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옥 Tangerine Dream 展 대전 모리스갤러리 13일까지

 이재옥作 'Tangerine Dream'
이재옥作 'Tangerine Dream'
현대작가들은 지금까지 다른 작품에서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소재를 찾거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작품에 다루곤 한다. 그 중 몇 가지 소재를 선택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보여주기 위한 연구와 시행착오의 과정은 상상할 수 없는 노력과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작가라면 그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 진정한 '작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 속에서 '귤'을 동반자로 선택한 특별한 작가가 있다. 귤에 매혹된 작가 이재옥의 'Tangerine Dream 展'이 7일부터 13일까지 대전 모리스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의 귤 그림은 사진을 보는 듯한 사실적인 빼어난 묘사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구사하는 극사실적 화법(하이퍼 리얼리즘)은 대상을 주관 없이 중립적인 입장으로 사진같이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보통의 극사실주의 작품과는 약간 다른 관점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귤을 통해 자아를 성찰함과 동시에 현실을 외면하고 있던 자신의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귤을 그리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귤 그림들을 보면 치유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 다년간 작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작가는 꿈을 외면한 채,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찢겨지고 벗겨져 알맹이 없이 텅 비어 있는 볼품 없는 귤 껍질에서 현실과 타협하면서 포기했던 꿈과 희망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귤을 그리는 작업을 통해 내재되어 있던 열정과 본성을 분출하며 정신적 안정감을 찾았는데 그에게 그림이란 창작의 고통보다는 자신을 치유하는 즐거운 작업이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귤 껍질뿐만 아니라 귤의 원형의 아름다움과 속 알맹이만의 아름다움까지도 발견하게 되었다.

이렇게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귤 껍질 작업은 귤과 알맹이 작업으로 확장하게 되었고,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꿈과 희망을 되찾았다. 결국 작가의 귤 그림은 단지 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이 깃들어 있는 그림인 것이다.

최근에 그려진 작품들은 치유가 완성되어가는 단계에서 그려져 안정감과 긍정의 기운이 넘친다. 이번 전시는 귤 그림을 그린 후부터 'Tangerine Dream'이라는 타이틀로 갖는 두 번째 개인전이며 감상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함께 담겨 있는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귤 그림을 통해 심리적 불안감을 극복하고 꿈과 희망을 되찾은 작가처럼 감상자들 또한 작품과 소통하며 치유의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

이재옥 작가는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했다. 2004년 대저 이공갤러리에서 '내안의 나 展'과 2012년 서울 라메르갤러리에서 'Tangerine Dream 展'을 열었다. 이외에도 9번의 기획·단체전에 참가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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