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전동면 '뒤웅박고을'

요즘 외식은 맛집만을 찾아다니지 않는 듯 하다. 가족나들이를 겸한 장소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화려하게 장식된 정원이나 풍경이 뛰어난 외곽에 위치한 음식점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세종시 전동면 야산에 자리잡은 뒤웅박고을(대표 이옥임☎044-866-1114)은 외식과 가족나들이를 겸할 수 있는 음식점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무슨 연수원처럼 생긴 커다란 기와집 형태의 건물이 식당이다. 그 아래로는 1700개의 항아리가 한가로이 햇빛을 쬐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음식맛은 어떨까. 손님들이 가장 많이 주문한다는 3만원짜리 한정식을 주문했다.

맨 처음 나오는 음식은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하는 녹두죽. 거피한 녹두에다 멥쌀가루를 섞은 녹두죽은 일반 음식점에서 먹던 녹두죽에 비해 단맛이 강하지 않아 속을 편안하게 하기에 적당했다. 뒤이어 나오는 음식들은 들깨소스로 버무린 채소샐러드, 해파리 냉채, 탕평채 등 차가운 음식이었다. 직접 만든 들깨소스는 새콤달콤한 맛과 함께 고소함과 담백함을 지니고 있어 입안이 상쾌했다. 탕평채나 해파리 냉채 역시 뒷맛이 깔끔한 것을 보니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고 화학적 조미료를 최소화 한 듯 했다.

메인요리는 돼지 수육 삼합, 떡잡채, 들깨탕, 녹두전, 코다리찜, 낙지볶음, 갈비찜, 대하튀김. 궁중떡볶이와 비슷한 모양의 떡잡채는 떡의 쫄깃함과 소스의 달착지근한 맛과 짭쪼름한 맛이 조화를 이루었다. 들깨탕도 감칠맛 보다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강했다. 불린 녹두에 찹쌀가루와 고사리 등 나물을 적절히 섞어 만든 녹두전은 주문과 함께 곧바로 만들어 낸 듯 겉은 바삭하면서 씹을 때 속은 퍽퍽하지 않아 식감이 뛰어났다. 코다리찜과 낙지볶음은 다소 아쉬운 맛이었다. 단맛을 좋아하는 식객이라면 높은 점수를 주겠지만 직접 담은 고추장이 갖고 있는 순수한 깊은 맛을 느끼기에는 단맛의 정도가 좀 강했다. 돼지 수육 삼합 역시 쫄깃함 보다는 사태가 갖고 있는 퍽퍽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좀 아쉬웠다. 찹쌀가루를 묻혀 튀겨낸 대하튀김은 모양새나 맛 모두 좋은 점수를 줄 만 했다.

요리로 적당히 배를 채운 뒤 나오는 밥과 찬도 소탈하지만 그 안에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3년 묵은 집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는 음식에 대한 주인장의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 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된장찌개에 비해 두부 등 부재료를 최소화해 된장이 갖고 있는 고유한 맛을 풍부하게 했다. 찬으로 나오는 무청 시래기 무침이나 감장아찌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후식으로 나오는 감효소즙도 엄지를 치켜세울 만 했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애피타이저로도 손색이 없을 듯 했다. 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곁들이고 싶다면 이 집에서 만든 찹쌀동동주를 적극 권하고 싶다. 찹쌀과 누룩만으로 빚어 섭씨 4도의 저온에서 최장 40일동안 숙성시킨 동동주는 단맛이 강하지만 설탕으로 맛을 낸 것과는 분명히 다른 맛이었다.

△퓨전 한정식(점심과 저녁 모두 1인당 2만5000원, 3만원, 3만5000원)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4인이상만 주문 가능하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도 1호선을 타고 조치원읍을 지나 천안 방면으로 계속 진행하다가 석곡리 방면으로 우회전 한 뒤 10분정도 들어가면 된다. △수 십대의 차량을 동시에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주차공간이 여유롭다. △이 곳은 전통장류테마파크로 1700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줄지어 늘어선 장관을 볼 수 있다. 장향관 앞에 장식된 커다란 항아리는 1개에 400만원을 호가한다. 3년 숙성된 전통장류(된장, 고추장, 간장, 집장)도 구매 가능하다. △ 콩을 비롯한 대부분의 식재료는 세종시 지역 농산품을 이용한다. 한경수 기자 hkslka@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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