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복 교장

중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필자는 사실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시인도 아니고 문학에는 더더욱 문외한에 속하지만 단위학교를 경영하는 학교장이 된다면 꼭 하고 싶었던 사업이 있었는다. 바로 명시 외우기이다.

석유 등잔으로 불을 밝힌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시의 학교로 유학을 떠난 고등학교 시절, 나태주 시인의 '대숲 아래서'와 '막동리 소묘' 등을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시골집 풍경을 너무나 생생하게 표현하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자주 낭송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주말에 고향집에 들르면 늦은 밤 마당에 나와 솔밭과 대숲, 그리고 달님을 찾아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덕산중은 작년부터 특색사업으로 '시심(詩心)을 통한 바른 품성 함양'을 추진하였다. 이를 위해 '시심으로 다지는 학습짱들의 행복노트'를 제작하여 아름다운 시 31편을 소개하고 암송하게 한 후 학생회가 주관이 되어 다정다감 명시 외우기를 세 차례 열었다.

지난해에는 부모를 일찍 여읜 한 학생이 울먹이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시를 암송해 그 모습을 보는 교사들이나 학생들이 눈물을 닦으며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기도 했다. 명시 암송이 학생들에게 끼친 영향이 당장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가슴과 입술에 남아서 학생들의 인성과 감성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러한 명시(名詩) 외우기를 통한 융합교육과 함께 2012학년 경영방침으로 △지성(知性,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 운영) △감성(感性, 융합형 스마트 학생·학부모 동아리 운영) △품성(品性, 3多4無 바른 인성 함양) 등 3개 분야 특색 및 역점 사업을 제시하고 운영하였다. 교사들의 열정을 비롯해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격려, 학생들의 노력으로 덕산중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학생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교사들은 다양한 활동을 구안하고 적용하는 전문적 능력이 향상되었다. 2013학년에도 이 세 가지 분야의 융합을 선도하는 학교를 경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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