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에 미래있다] 19.관저 품앗이공동체

예비사회적기업 관저품앗이공동체(대표 박지현·이하 관저품앗이)는 대전 서구 관저동을 기반으로 한 지역공동체로 출발했다. `동네 엄마`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해소하는데 주력하며 마을의 사랑방역할을 하는 품앗이마을카페를 운영 중이다. 품앗이 강좌 개설, 지역화폐 활용, 마을신문 발행 등을 통해 지역주민 간의 소통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관저품앗이를 살펴봤다.

◇관저동 아줌마 모임, 마을공동체가 되다=관저품앗이는 대전 서구 관저동의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만났던 작은 모임에서 출발했다.

관저동 밖으로 이사하는 엄마들을 위해 2004년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관저동아줌마`(cafe.daum.net/rhkswjdkwnaak)를 개설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모임의 대체 공간이었던 온라인 카페가 동네 엄마들이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회원 수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것. 현재는 관저동과 도안동, 진잠, 가수원, 정림동 등의 주민으로 구성된 카페 회원이 무려 1800여 명에 달한다.

이처럼 카페를 통해 정기모임을 갖고 품앗이 육아나 취미모임 등을 진행하던 이들은 2009년 한 발 더 나아가 아이들을 함께 키울 수 있는 마을공동체인 관저품앗이를 창립했다.

이듬해 관저동아줌마카페 운영진 5명이 공동 출자해 품앗이마을카페 `아줌마 놀이터`도 마련했다.

매월 벼룩시장과 봉사활동, 지역화폐 모임을 진행하고 천연제품·수공예품 강좌, 어린이 의상 및 장난감 대여 등 엄마들에게 유용한 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하며 2010년 행정안전부 자립형 지역 공동체로 선정, 2011년에는 대전시 마을기업으로도 지정됐다.

박지현 대표는 "한 두살 배기 아이들을 데리고 모임을 하면서 아이를 함께 키우는 품앗이 육아에 대한 생각을 모아 출발한 만큼 관저품앗이 활동의 대부분은 엄마들의 필요에 의해 진행된다"며 "관저품앗이가 지역공동체와 마을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 육아시간을 쪼개가며 설명회도 듣고 사업계획서도 직접 작성하는 등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열심히 뛰어다닌 엄마들의 노력이 뒷받침됐다"고 말했다.

◇관저동 아줌마, 가치를 판매하다=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선정된 관저품앗이는 `가치를 판매한다`는 큰 모토 아래 세 가지 가치를 두고 활동 중이다.

첫 번째는 `천연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닌 환경을 살릴 수 있는 행동을 판매한다`는 것.

품앗이마을카페 내 공방에서는 매주 엄마들이 모여 천연제품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강좌가 진행된다. 아이에게 해롭지 않은 천연비누나 샴푸, 로션, 립밤 등 천연제품을 직접 만들어 쓰겠다는 엄마의 정성이 담긴 만큼 효과를 경험하고 직접 배우러 오거나 제품을 사러 오는 이들도 생겼다.

두 번째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꿈을 마시는 것`이다.

품앗이마을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기아대책으로부터 공급받는 공정무역 커피다. 처음에는 직접 원두를 사다가 커피는 내렸지만 더 깊은 맛과 향기, 의미를 지닌 공정무역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살리는 길을 찾는 중이다`라는 가치도 실천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관저품앗이가 만든 지역화폐 `봉다리`다. 현재 100여 명의 회원이 사용하고 있는 봉다리는 지역주민들이 벼룩시장이나 품앗이를 통해 부담없이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돈이 없어도 서로 필요한 물건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지역화폐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마을주민 간의 소통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지난 2011년 11월부터 매월 관저마을신문도 발행하고 있다.

관저품앗이의 열혈 엄마들이 직접 신문 만드는 법과 기사 쓰는 법, 사진 찍는 법까지 습득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지속가능한 관저품앗이로 거듭나기 위해=지역공동체이자 마을기업으로서 4년차에 접어든 관저품앗이는 향후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연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비누 등의 제조허가 취득을 준비하는 한편 어린이용 턱시도나 드레스, 장난감 등을 빌려주는 대여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마을기업으로 활동하면서 다소 소홀해진 온라인 카페도 다시 일으키고 현재 5000부 정도로 발행 중인 관저마을신문의 발행 부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밖에도 이전에 진행했던 상시벼룩시장을 부활시키고 지역화폐 사용을 지금보다 활성화하는 등 지역공동체로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이 관저품앗이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관저품앗이가 엄마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이어온 만큼 앞으로도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진행할 것"이라며 "앞으로 주위를 돌보는 일에 더욱 주력하며 아이와 걱정없이 살 수 있는 동네를 만들자는 관저품앗이의 목표를 실현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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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품앗이공동체가 마련한 천연제품 만들기 강좌에서 회원들이 천연재료를 사용해 비누, 샴푸, 로션 등을 만들고 있다.  사진=관저품앗이공동체 제공
관저품앗이공동체가 마련한 천연제품 만들기 강좌에서 회원들이 천연재료를 사용해 비누, 샴푸, 로션 등을 만들고 있다. 사진=관저품앗이공동체 제공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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