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1981~)
아침저녁 출근과 퇴근 시간에 맞춰 도시의 거리는 거세게 출렁인다. 어느 지류의 골목들에서 합류한 것인지 자동차들이 한꺼번에 물결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지친 사람들을 태운 '빨간' 버스들이 떠 있다. 사람들은 목줄처럼 내리워진 손잡이를 잡고 꾸벅꾸벅, 아침에는 빨갛게 충혈이 된 눈으로, 저녁에는 빨갛게 취한 얼굴로 출렁이는 버스의 박자를 맞춘다. 하지만 급커브와 급정거가 불규칙적으로 이어지는 길, 버스는 언제고 물결 속으로 좌초될 것 같아 보인다.
부평은 수출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급속히 발전한 도시,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급증한 지역이기도 하다. 모든 도시들이 그러하듯이 인구의 증가는 '욕망'을 부추기는 산업들을 자꾸만 길러낸다. 사람들은 매일 만나게 되는 화려한 간판과 조명의 최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눈을 감았다. 곧 떠'보면 이미 최면에 걸려든 상태, 결국 사람들은 머릿속에 담아온 꿈을 버리고 '정수리에 침을 뱉'으며 하루하루를 건너게 되는 것이다.
도시가 '높게 쌓아올린' 욕망의 '어떤 냄새'는 이렇게 강력한 힘으로 사람들을 조정한다. 그리고 '정수리가 빨간 속살을 드러낼 때까지' 사람들은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최면에 걸렸다는 사실을 눈치채면 이미 남은 것은 상처뿐이다. 그리하여 시인이 만난 도시는 떠다니는 부평(浮萍), 인간의 삶을 살찌우던 곡창지대 부평(富平)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시인·한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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