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데이비드 뉴먼 지음·김성훈 옮김)=의사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주 나오는 장면이 있다. 바로 의식을 잃은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나는 거다. 하지만 실제로 심폐소생술로 살아나는 경우는 열 명 중 한 명 꼴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것이 살아날 확률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까지 무리하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비규환의 전쟁 속 이라크의 야전병원과 미국 뉴욕의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를 지낸 데이비드 뉴먼은 냉철한 시선으로 현대의학을 진단한다. 부제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의학의 진실' 이다. 알에이치코리아, 1만3000원.

▶저자는 누구

뉴욕 주립대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육군 예비군 소령으로 이라크 334전투지원병원에서 다수의 생명을 살려낸,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 데이비드 뉴먼. 뉴욕 세인트 루크-루스벨트 종합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임상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기술'로서의 의학보다는 '예술'로서의 의학에 관심을 가지며 의학 저널에 정기적으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책 속으로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시행하는 무조건적인 심폐소생술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저자는 '사망'에 대해 '건강하게 죽은 사람'과 '건강하지 않게 죽은 사람'으로 나눈다. '건강하게 죽은 사람'이란 말 그대로 평소 특별한 질병이나 질환 없이 갑자기 심정지가 생겨 죽은 사람 등을 일컫는다. 반대로 '건강하지 않게 죽은 사람'이란 치명적인 질병의 말기에 이르러 죽은 사람 등을 말한다. 이런 경우는 안타깝게도 심폐소생술로 다시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심폐소생술이 남발되는 것은, 이것이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 감전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마비시킨 후 다시 정상적으로 박동하기를 기다리는 심폐소생술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탓이다. 불행하게도 실패가 뻔한 치료법이 표준으로 인정받거나 남발되는 경우는 심정지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무엇이 '효과 없는 치료'이고, '무엇이 필요한 치료'인지 의사와 환자의 중간자 입장에서 공정하게 판단해준다.

또 누구나 한 번쯤은 의사의 진료에 만족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의 태도나 진료 방식에 불만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증상이 발현되고 3일 정도가 지나서야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이것은 증상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이나 고통을 유발해야만 병원을 찾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그쯤 돼야 병원과 의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들의 이런 '절박함'과는 달리 의사들의 태도는 건성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환부를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의사들은 왜 항상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일까? 제대로 듣고 보지 않고서도 병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현직 응급의학과 의사인 데이비드 뉴먼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오랜 반목과 오해에 대해 친절하고 전문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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