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에 부모들 우려… 경찰 "안전하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황은정(37) 씨는 최근 유치원에서 보낸 '실종 예방 사전 등록제'에 대한 부모 동의서를 보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이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응하고 싶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평생 바꿀 수 없는 지문 정보를 등록해 둔다는 게 선뜻 내키지 않아서다. 황 씨는 이 때문에 작년 7월 등록제 시행 때에도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유치원에서 직접 공문을 보내 오면서 우리 아이만 신청하지 않았다가 후회할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고심에 쌓여 있다.

황 씨는 "주변에서 경찰이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부모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확대하는 것 같다는 말들이 들려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실종 아동 찾기에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취지는 좋지만 앞으로 금융거래 등에도 지문이 사용된다는 데 자칫 정보가 악용될 경우 돌이키기 힘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보완 대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달부터 실종 아동 찾기에 활용하고자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아동 사전 등록제 현장 등록을 집중 시행하는 가운데 등록 여부를 놓고 일선 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자녀의 생체 정보인 지문을 등록하는 것을 두고 거부감이 일지만 이를 해소해 줄 대책은 없어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과 실종 시 대책 마련이라는 갈림길 앞에서 갈피를 잡기 힘들다는 목소리다.

대전·충남 경찰은 지난 4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을 방문하는 현장 등록을 집중 전개하고 있다. 경찰은 지자체와 교육청에 협조 공문을 보내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동의를 받은 뒤 해당 기관에서 부모의 사전 동의서를 취합하면 민간 업체가 현장을 방문토록 해 지문 및 사진 등록 작업을 하고 있다.

아동 사전 등록제는 지난해 7월부터 '14세 미만 아동, 장애인,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본격 시행됐으며 지구대를 통한 개별 등록과 어린이집, 유치원, 보호시설을 통한 현장 단체 등록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현장 방문 등록은 지난해 6개 광역시에서만 진행되다가 올해 들어 전국으로 확대, 이달 말까지 집중 시행 중이다.

문제는 경찰이 일부 지문 등록 작업을 민간 업체에 맡기면서 등록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특히 지난 2011년 외교통상부의 개인 신상정보를 유출시킨 전자여권 위탁운영업체가 신청자의 신상정보를 등록, 열람 권한을 통해 관련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아울러 개인 정보 유출 위험성에 대해 일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물론 부모에게도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 서구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공문이 내려와 사전 지문 등록 작업을 원하는지 의향을 물었을 때 경찰에서 직접 나와서 작업을 진행한다고 알았고 때문에 안전할 것이라는 내부 결정이 있었다"며 "제도의 취지만 생각했지 개인 정보 유출 위험성이나 민간 업체 참여 부분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 등에서 취득한 정보는 민간 업체가 밀봉해 경찰서에 가지고 오면 이를 본청에 보내 보관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담보된다"며 "등록된 정보는 실종 아동 프로파일러에 저장돼 아동이 만 14세를 넘기면 자동 폐기되고 그 이전에도 정보 폐기를 요청하면 삭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운희 기자 sudo@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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